경제분야 국책연구소 예산도 줄줄이 삭감
경제·인문 분야 국책연구기관도 ‘묻지마’ 알앤디 예산 삭감을 피해 가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한 정해구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예산은 반토막 났다. 전체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가장 높은 예산 감액률인 터라 ‘보복성 예산 편성’이란 뒷말도 나온다. 3일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국무조정실 산하 기구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의 내년 예산은 187억7700만원으로 올해(본예산 기준)에 견줘 52.2% 줄었다. 경사연은 경제·인문사회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총괄하는 기구다. 내년 경사연 예산 규모는 15년 전(2009년·약 186억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특히 협동연구 관련 사업 예산은 올해 70억원에서 내년 1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경제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각 전문 연구기관 간 협력 연구가 강조되는 상황인 터라 이례적 수준의 감액이다. 경사연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노동연구원·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 등 25곳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소관 연구기관으로 두고 있다. 소속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프로그램 예산(올해 기준 6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경사연 예산이 ‘칼질’된 배경엔 정해구 경사연 이사장 퇴진을 압박하려는 정부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 자문기관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뒤 2021년 3월 경사연으로 이동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6월 정 이사장을 겨냥해 “윤석열 정부와 너무 안 맞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임기가 내년 3월인 터라 후임 이사장이 주로 쓸 내년 예산을 크게 줄인 배경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경사연 내부 분위기다. 경사연 핵심 관계자는 “보복성 예산 감액인 평가도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에 앞서 전문기관 간 협력 연구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 예산당국이 무지한 것 아닌가란 시선도 강하다”고 말했다.
경사연 소관 25곳 정부출연연구기관 전체 예산도 뭉텅이로 잘려나갔다. 감액 규모는 210억7100만원으로 감액률은 3.8%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약 17억원·-5.3%), 한국환경연구원(약 16억원·-7.0%), 한국행정연구원(약 7억원·-4.5%), 한국노동연구원(약 4억원·-2.7%) 등 15곳 예산이 줄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연구기관의 기관장은 “개별 연구원의 예산 삭감률만 보면 크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자 인건비와 시설비도 모두 포함된 예산인 점을 염두에 두면 실제 연구 사업과 관련 예산 삭감률은 두자릿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기관 기관장은 “내년 예산 협의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지난 6월 말께 갑자기 30% 삭감안을 제출하라는 통보를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았다”며 “간신히 삭감률을 10% 미만으로 방어는 했지만 연구 예산을 졸속으로 정부가 책정한다는 불만이 연구원 내에서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하얀 안태호 기자, 조계완 선임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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