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놓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 사이에 이합집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업 초기 ‘일 대 일’로 배타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가 더 큰 이익을 매개로 업체들 사이에 새로운 협력 관계가 탄생하는 모양새다.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배터리 수급 다변화에 주력하는 가운데 미·중 갈등에도 미국 완성차 업체와 중국 배터리 업체가 손을 잡는 사례까지 생겼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현지시간으로 오는 8일 미시간주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50GWh 규모로, 전기차 50만~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두 회사는 공장 건설에 3조~5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당일 행사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다.
GM이 삼성SDI와 손을 맞잡은 것은 예상 밖의 상황이다. GM은 그간 LG에너지솔루션과 배타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GM은 2019년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했다.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 1공장을 포함해 지금까지 공장 3개를 지었다. 당초 4번째 공장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을 논의하다가 협상이 무산돼 삼성SDI를 파트너로 택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도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2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 튀르키예 최대 기업 코치와 함께 2026년 양산을 목표로 2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공장 예정지는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의 바슈켄트 지역이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8일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도 미국 오하이오에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포드 역시 협력사를 다변화하고 있다. 그간 SK온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포드는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합작공장의 파트너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바꿨다. 다만 SK온과 함께 미국 켄터키·테네시주에 짓기로 한 ‘블루오벌SK’ 공장은 계획대로 지을 예정이다.
한 발 더 나가 포드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미시간주 남서부에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2차 전지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에 나선 상황에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일정 용량 이상 사용해야 완성된 전기차에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CATL은 미국 시장 진출 발판을, 포드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기에 이르렀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의 이합집산은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 속에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시장점유율을 보면, 상위 10개 업체 중 중국 업체가 6개, 한국 업체가 3개, 일본 업체가 1개다. IRA 여파로 당장 중국 업체 제품을 사용하기 어려워 선택지는 4개에 불과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그나마 수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 중에서 복수의 회사를 공급처로 택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속에 다양한 회사의 제품을 확보하려고 하면서 배터리 수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향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진출 여부에 따라 또 한 번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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