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식시장은 올해 역사적인 침체를 기록하고 있죠. 부랴부랴 홍콩 정부가 주식 거래세 감면을 포함한 부양책에 나섰지만 도통 약발이 먹히지 않습니다. 증시 침체로 증권사 폐업이 줄이으면서 홍콩의 금융중심지 위상마저 휘청거리는 판국인데요. 오늘은 흔들리는 홍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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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일부 네티즌의 농담쯤으로 치부하고 넘기지 않고 의외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홍콩의 부동산 재벌인 시윙칭 프라퍼티 대표는 “(금융중심지 유적이란 말을) 가벼이 여기고 최선을 다해 살리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말이 예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요.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는 ‘송교수’라는 필명의 중국 블로거는 “세계 3대 금융중심지를 건설하는 데 100년 이상 걸렸지만 홍콩이 폐허로 변하는 데는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탄했습니다.
①홍콩의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20% 하락했습니다. 주요 글로벌 주식 지수 중 최악입니다. 일본(니케이225 +27%), 한국(코스피 +13%), 인도(센섹스지수+14%)와 비교해 한참 부진할 뿐 아니라, 중국 본토(상하이종합지수 –4%)보다도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11일 기준).
③홍콩의 IPO(기업공개) 시장은 닷컴버블 붕괴 직후였던 2001년 이후 최악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IPO 규모는 51억 달러로 지난 10년 평균(310억 달러)과 비교해 84%나 감소했습니다.
④홍콩 항셍지수가 대만 가권지수에 추월당했습니다. 11월 28일 가권지수가 31년 만에 처음으로 항셍지수를 앞서간 뒤 항셍지수는 1만6000대로 더 떨어지고, 가권지수는 1만7000대를 유지하면서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죠. 시가총액이나 거래량을 기준으로 하면 당연히 홍콩 증시가 훨씬 앞서지만, 지수 역전 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⑤홍콩 증권거래소는 인도에 추월당했습니다. 세계거래소연맹이 집계한 인도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11월 말 현재 3조9800억 달러, 홍콩은 3조984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인도 증권거래소가 홍콩을 제치고 세계 7위 시장으로 올라선 겁니다. 이후 12월 들어서도 인도 증시는 호황을 보이며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홍콩 항셍지수는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니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겁니다.
홍콩 증시는 상장사의 70%가 중국 본토 기업으로 구성돼있는데요. 사실 올 초만 해도 홍콩 증시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지긋지긋했던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난 중국 경제가 올해는 빠르게 살아날 거라며 해외 IB 들이 앞다퉈 중국·홍콩 증시 낙관론을 펼쳤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실제로는? 보시다시피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는데요. ‘디플레이션’, 즉 물가하락을 동반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집니다. 특히 홍콩 증시엔 알리바바·징둥닷컴·메이투안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이 상장돼있는데요. 전반적으로 소비가 부진한데다, 신흥 강자 핀둬둬(拼多多)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어 어려운 상황입니다(딥다이브 핀둬둬편 참조).
게다가 첨단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달 알리바바는 알짜배기 사업부인 클라우드 부문의 분사·상장 계획을 철회해 홍콩 증시에 충격을 안겼는데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중요한 칩을 공급받기 어려워진 게 이유였습니다.
중국 경제와는 별개로 홍콩만의 어려운 점도 있는데요. 홍콩은 1983년부터 통화(홍콩 달러)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하는 페그(peg)제를 채택해왔습니다(1 미국 달러=7.75~7.85 홍콩 달러).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무섭게 인상하자 홍콩도 따라서 금리를 5.75%까지 올려야 했는데요. 가뜩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로 유동성이 메말라가는 홍콩 금융시장엔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합하자면 중국과 미국 금융시장의 악재가 동시에 겹쳐있는 게 지금 홍콩 증시가 유독 부진한 이유라 하겠습니다.
지난 5일 중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한 무디스는 연이어 6일엔 홍콩 전망까지 하향 조정했는데요. “중국 본토와의 정치·경제적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고,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자율성이 약화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를 통해 중국 본토와의 긴밀한 링크는 “오히려 홍콩 강점의 원천”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에선 2022년 49개 증권사가 폐업한 데 이어, 올해도 3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거래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던 중소형 증권사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인데요. 홍콩 브라이트스마트증권의 에드몬드 후이 CEO가 “브로커리지 폐쇄와 해고 물결은 내가 본 중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는 “터널 끝에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는다”고 업계의 우울함을 전했죠.
대형 투자은행의 정리해고도 이어집니다. JP모건체이스와 UBS 그룹은 아시아 지역 IB 직원을 수십명 해고했는데, 주로 홍콩 직원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IB 업계는 과거엔 ‘주 80시간 근무와 엄청난 보너스’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너무 일거리가 없어서 장기 휴가를 떠나는 고위직이 크게 늘었다고 하죠. 알프스·피오르드 하이킹 여행은 부럽지만, 그들이 돌아왔을 때 일할 자리가 남아있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홍콩 정부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지난 10월엔 2021년 인상했던 주식 거래세를 원상복귀하고(0.13%→0.10%), 비거주자의 주택 취득세를 절반으로 뚝 떨어뜨리는(30→15%) 세금 감면책을 내놨죠. 사실 주식 거래세는 워낙 홍콩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내리기가 쉽지 않았는데도 증시 부양을 위해 과감하게 조치를 취한 건데요. 보시다시피 그리 효과를 보진 못하고 있습니다.
전망은 어떨까요. 홍콩이 금융중심지 지위를 조만간 잃을 거라고 볼 결정적 근거는 없지만,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인 건 틀림없습니다. 특히 라이벌 싱가포르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죠. 금융허브 지위 유지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홍콩이 더 개방돼야 한다는 조언이 가장 눈에 띄는데요. “중국에만 집중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으로 다각화해 중동과 아세안에서 더 많은 IPO를 유치해야”하고(버나드 챈 우리홍콩재단 회장) “아세안의 인재와 자본에 문을 열어야 할 때”(다릴 응 홍콩-아세안재단 회장)라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화가 가속화되는 홍콩이 과연 이전의 강점이었던 개방성과 다양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중국 네티즌들의 ‘유적지’ 조롱은 어쩌면 시진핑 정부를 향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By.딥다이브
홍콩 증시에 대한 전망은 썩 좋지 않습니다. 저평가 국면에 있는 건 맞지만, 증시 반등을 위해선 중국 경기 회복과 미국 금리 인하가 모두 필요해 보이는데요. 과연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느냐도 중요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홍콩 증시가 역사적인 침체에 빠졌습니다. 올해 들어 지수가 20% 빠졌고, IPO 시장은 쪼그라들었습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홍콩을 두고 “세계 금융중심지였던 유적지”라고 조롱합니다.
-홍콩 주식시장은 상장된 기업 상당수가 중국 기업인 동시에, 통화는 미국 달러에 연동된 페그제입니다. 중국 경제의 부진과 미국 금리 인상의 악영향을 한꺼번에 받다보니 유독 더 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형 증권사가 폐업하고 대형사는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홍콩 증권가가 흉흉합니다. 부동산 시장도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고요. 정부가 세금 감면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그닥입니다.
-홍콩은 싱가포르의 도전을 물리치고 금융중심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관건은 개방성과 다양성을 지키고 더 확대할 수 있느냐일 겁니다.
*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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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소스 뉴스 및 더 읽기 ( 홍콩 증권거래소는 유적지? 농담인데 뼈가 있다[딥다이브] - 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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