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 후보자 ‘비아파트 위주 공급’ 시사에 업계 요구 살펴보니
업계, 오피스텔 주택 제외 목소리
“세 부담 커져 시장 급격한 위축”
소형주택 줄어 주거난 심화 주장
집값 상승기 때 ‘투자처’로 과잉
전문가 “지금 그 거품 꺼지는 것”
‘비주택’ 전환 땐 투기 수요 몰려
전세가격 급등·역전세 등 문제
오히려 임차인 주거불안정 우려
“심사숙고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과거 오랫동안 갖고 있던 아파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첫 출근일인 지난 5일 비아파트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3년 내 ‘주택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비교적 건설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비아파트 위주의 공급대책을 펼치겠다는 취지다. 비아파트는 연립주택·빌라 등도 있지만 시장이 주로 주목하는 것은 오피스텔이다.
장관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에 건설업계는 연일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파트와 동일하게 다주택 중과세 적용을 받으면서도 소형 주택이 받는 비과세 혜택에선 제외되는 차별적 규제가 오피스텔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고, 청년들의 주거 불안정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업계 ‘비아파트 규제 완화’ 주장하는 이유
중소·중견 건설사로 구성된 대한주택건설협회와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지난 7일 ‘소규모 가구 및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제목으로 비아파트 규제 완화 건의사항 8가지를 국토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는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주택 수 산정 배제를 꼽았다.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은 주로 현금 여력이 있는 중·노년층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자기 집 이외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서 제외해 ‘1주택 지위’를 유지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업계는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인정하면서 다주택 중과 등 세 부담이 커졌고, 이것이 오피스텔 시장을 급격하게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8월 지방세법 개정으로 주택재산세가 과세되는 오피스텔이 주택 수에 산입되도록 바뀌면서 임대 목적의 매입 수요가 급감했다. 2019년 10만9000실이었던 오피스텔 공급량은 2022년 5만2000실로 반 토막 난 뒤, 올해 9월 기준 1만3000건까지 줄어들었다.
주산연은 “1인 가구의 70.3%가 거주하고 있는 전용 60㎡ 이하 소형 주택 공급 감소 흐름이 지속될 경우 청년·서민층의 주거난이 심화할 수 있다”며 “양질의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왜곡되고 뒤엉킨 세제와 건축기준 등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공급 부족 아닌 과잉 공급의 폐해”
하지만 최근의 비아파트 시장 위축은 불합리한 세제보다 부동산 경기침체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반박이 나온다. 집값 상승이 시작된 2020년 직전까지 오피스텔·소형 도시형 생활주택·다가구 등 신축빌라는 아파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과잉 공급됐다.
2017년 7만2900호였던 오피스텔 공급량은 2019년 10만9100호로 2년 만에 49.6% 급증했다. 이렇게 나온 오피스텔 물량은 ‘소자본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집값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 전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만 하지 않으면 공부상 ‘업무용 건물’로 등록되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꼼수’가 횡행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자 건설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부동산 건설은 일단 토지를 담보로 브리지론을 받고, 건축 인허가를 받은 뒤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넘어가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데다 전세사기·깡통전세로 ‘전세포비아’까지 겹치며 미분양이 급증했다.
오피스텔 매수자들도 난감해졌다. 높은 전세가로 임차인을 들인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2년 전보다 전세가가 급락하는 ‘역전세난’이 벌어졌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에는 주택 수 규제와 무관하기 때문에 수십채를 보유한 경우가 많은데, 전세보증보험 가입 조건이 강화되면서 전셋값 하방 압력이 커지게 됐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지금 문제는 비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과잉 공급돼 발생한 폐해”라며 “인구 감소 시대에 비아파트 공급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피스텔과 같은 비아파트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건축법상 오피스텔을 ‘주거용’과 ‘업무용’으로 명확하게 나눠 취득 시점부터 소비자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파트 등 일반 공동주택과 동일하게 소방·주차장·공공시설 기여 등에서 강화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러한 비용은 분양가로 전가되기 때문에 오피스텔의 투자 수익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가 불러올 1인 가구 주거 불안정
업계 주장과 달리, 오피스텔이나 소형 도시형 생활주택을 주택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곳에 살고 있는 임차인의 주거 불안정이 심화할 수 있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주택 수 산정에서 배제하게 되면 양도세 중과 없이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기 수요가 몰릴 확률이 높다. 이는 자금 능력이 없는 임대인들까지 시장에 유입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전셋값 급등, 하락기에는 역전세난과 대규모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 원칙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모두 주택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오피스텔은 임대수익을 위해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게 하고 이후엔 월세 중심의 임대업을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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