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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에도 안 사요… 서울보증보험 상장 무산 왜? - 한겨레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서울 종로구 서울보증보험 본사 전경. 서울보증보험 제공
서울 종로구 서울보증보험 본사 전경. 서울보증보험 제공
▶이코노미 인사이트 구독하기 http://www.economyinsight.co.kr/com/com-spk4.html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 무산됐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3.85%를 보유한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이하 서울보증) 얘기다. 2023년 10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투자금 미달이 발생했다. 2023년 국내 신규 상장 예정 기업 중 최대어로 주목받았으나 흥행에 참패한 셈이다. 서울보증은 시장 환경의 변화를 상장 철회 이유로 꼽았다. 미국발 고금리,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뜻이다. 정말 그런 이유 때문만일까? 정부가 향후 서울보증 상장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니 원인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보증은 사실 공기업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민간 금융회사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금융사이던 옛 대한보증보험이 한국보증보험을 흡수합병하며 지금의 회사가 됐다. 위기 때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 나서 예금보험공사가 1998~2001년 서울보증에 지원한 공적자금, 즉 국민 세금은 10조25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배당과 주식 소각·감자 등으로 공사가 지금까지 회수한 돈은 4조6139억원이다. 앞으로 5조원 넘는 돈을 추가로 회수해야 명목상 ‘본전’이라는 뜻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서울보증 지분 매각으로 미회수금을 모두 돌려받으려면, 서울보증의 시장가치를 최소 6조원 이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주식 1주당 약 8만6천원은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공모에서 예금보험공사는 보유 주식의 10.7%인 약 698만 주를 기관 및 개인 투자자에게 매각하려 했다. 자금회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셈이다. 감사원이 2021년 감사에서 “공적자금 회수가 너무 늦다”고 지적한 게 상장 추진의 계기가 됐다. 공사가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격은 주당 3만9500~5만1800원이다. 본전을 뽑기 위해서는 주당 8만6천원을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값’에 주식을 내놓은 셈이다. 서울보증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고려하면 조건이 나쁘지 않다. 서울보증은 국내에 유일한 ‘전업 보증보험 회사’다. 개인의 사고 위험을 보장하는 일반 손해보험과 달리, 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인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보험사가 채권자에게 대신 돈을 갚아줘 담보 없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의 신용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도 서울보증이 국내 보증보험 시장을 독점하게 했다. 2022년 말 보증 잔액 기준으로 1830조원 규모인 국내 보증시장에서 서울보증의 시장점유율은 24.7%(보증 잔액 452조원)에 이른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수출입은행 등 공적 보증기관을 제외한 민간 보증시장 점유율은 57.9%다. 나머지는 건설공제조합 등 특정 목적의 보증만 취급하는 회사들인 만큼 사실상 서울보증이 정부로부터 보증시장 독식을 보장받은 셈이다. 국내 일반 손해보험사들은 통상 자동차보험 등 본업에선 손실을 보고,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굴려 얻은 투자이익으로 마진을 남기는 구조다. 서울보증은 다르다. 2022년 전체 영업이익 7450억원 중 본업인 보험 영업이익이 77%인 5750억원에 이른다. 시장 독점의 대가로 국민을 상대로 하는 보증보험 사업에서 큰돈을 남기는 셈이다. 서울보증은 2022년 전체 운용자산 7조7천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3억5천억원을 국·공채와 공기업·국책은행이 발행한 특수채 등 안전자산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보수적 운용 기조 탓에 운용자산 이익률은 손해보험업계 평균(3.1%)보다 낮은 2.2%에 불과하지만, 대표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전체 자산 대비 순이익 비율)은 업계 평균(0.5%)보다 훨씬 높은 5.8%에 이른다. 보험사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지급여력비율(K-ICS)도 2023년 1분기 기준 413%로 국내 손해보험사 평균(207%)의 두 배 수준이다. 각종 위험을 고려했을 때 보험사에 필요한 자본에 견줘 실제 보유한 자본이 네 배 넘게 많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서울보증의 상장 실패 원인으로 대외 환경 변화 외에 실적 악화 우려, 주식 매도 물량 부담, 공모가 고평가 등을 지목한다. 유광열 서울보증 대표가 “국가 대표 배당주가 되겠다”며 상장 뒤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순이익 감소로 배당금도 쪼그라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보증의 2023년 상반기(1~6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1879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3241억원)와 비교해 거의 반토막 났다. 경기 악화로 채무를 갚지 못한 대출자와 집주인 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보증은 전형적인 ‘내수 기업’인 까닭에 국내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2027년 예금보험기금 채권상환기금의 청산을 앞두고, 그전에 예금보험공사가 나머지 서울보증 지분도 모두 시장에서 처분하리라는 예상도 부담이다. 주식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주가가 곤두박질할 수 있어서다. 성장 비전 없고 정부 신뢰도 낮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흥행 참패의 이유는 더 있다. 바로 ‘성장 청사진의 부재’와 ‘시장의 불신’이다. 이번 상장에 성공했다면 서울보증이 조달한 주주들의 투자금은 온전히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로만 돌아간다. 서울보증의 미래 성장을 위해 쓰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유광열 대표가 제시한 중장기 경영전략인 ‘GDP’(글로벌·디지털·파트너십) 전략도 모호하기만 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상저하고’(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아짐) 경기 전망 외에 서울보증의 성장을 낙관할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를 향한 신뢰도 문제다. 국내 정치에 휘둘려 우량 상장 공기업이었던 한국전력공사가 부채 200조원이 넘는 ‘한계기업’으로 전락하고 주가도 추락하지 않았나. 행정부 수장이 금융권을 겨냥해 ‘이권 카르텔’ ‘은행 종노릇’ ‘갑질’ 등을 언급하는 걸 보면 예금보험공사의 지분 매각 뒤에도 서울보증의 시장독점이 계속될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든다. 민영화를 주도한 금융관료가 민영화된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다시 임명되는 모순과 부조화가 존재하는 사회다. 서울보증은 다르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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