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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부장님 생존기술 '한컴타자'MZ 직장인 '멍 때리기'로 부활 - 한겨레

출시 30여년 만에 새 모습으로 리뉴얼
소설·수필 무심히 필사하며 힐링 가능
한때 타자연습 도구로 인기가 높았던 한메타자. 한겨레 자료사진
한때 타자연습 도구로 인기가 높았던 한메타자. 한겨레 자료사진
“자~ 소화도 시킬 겸 한판 합시다.” 점심을 마치고 돌아온 부장이 의자를 당기고 키보드 위치를 정돈한 뒤 도끼질이라도 할 것처럼 손바닥에 “퉤퉤” 침을 뱉으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이어 키보드를 부수기로 작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한동안 이어진다. 1990년대 초반 ‘286피시(PC)’(인텔 80286 칩을 장착한 개인용컴퓨터)가 업무용으로 막 사무실에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 점심 뒤 사무실에서 흔히 보던 모습이다. 당시 젊은 직원들은 재학 중 학원에 다니거나 군 복무 시절 행정병 등으로 근무하며 타자 연습을 할 기회가 있었으나, ‘부장님’들은 개인용컴퓨터란 새로운 문명의 기기 사용에 적응하느라 ‘한컴타자’나 ‘한메타자’ 같은 타자 연습 게임 프로그램을 이용해 근무시간 중간에 타자연습에 열중했다. 화면 위에서 내려오는 한글 단어가 바닥에 닿기 전에 키보드로 정확히 입력하면 중간에 사라지며 점수가 쌓이는 ‘소나기’ 같은 게임을 많이 이용했다. 당시 한 신문사 부장(데스크)으로 일했던 ㅎ씨(71)는 “펜과 원고지로 기사 작성과 데스킹을 하던 중 갑자기 컴퓨터 조판 시스템(CTS)이 도입되면서 타자 연습을 해야 했다. 젊은 기자들 눈에는 우습거나 노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으나, 우리 세대들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타자 연습을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요즘, 한글 타자 연습기 ‘한컴타자’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이들은 한글 타자 연습,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타자 멍 때리기’ 힐링, 장년들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한컴타자를 찾고 있다. 타자 멍 때리기 힐링이란 화면 속 소설이나 수필을 무심히 따라 치며 머릿속을 비우거나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한컴타자는 한글 문서편집기 ‘아래아한글’ 개발업체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1994년 내놓은 한글 타자 연습 프로그램이다. 이전에는 5.25·3.5인치 디스켓이나 콤팩트디스크(CD)에 담겨 배포됐으나, 지금은 온라인으로 웹에 접속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컴은 “요즘은 매일 5만명 이상이 접속해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컴타자로 소설 <운수 좋은 날>을 필사하며 타자 멍 때리기를 할 때의 화면 모습. 한컴타자 이용 화면 갈무리
한컴타자로 소설 <운수 좋은 날>을 필사하며 타자 멍 때리기를 할 때의 화면 모습. 한컴타자 이용 화면 갈무리
한컴이 30여년 동안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해온 한컴타자를 다시 꺼내 들었다. 타자 멍 때리기를 통한 힐링 등으로 용도가 확장돼 젊은 직장인들에게도 인기를 끌며 짭짤한 광고 매출까지 발생하자 리뉴얼해 마케팅에 나섰다. 한컴은 14일 한컴타자의 게임 요소를 강화하고, 필사 기능을 더해 소설·수필 같은 문학작품을 디지털로 필사하면서 힐링 효과를 높일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필사 기능은 독서의 재미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컴은 설명했다. 필사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제공하고, 타자 중 따로 메모하고 싶은 글귀가 있는 경우 형광펜으로 표시하면 나만의 독서 노트에 자동 저장된다. 한컴 관계자는 “맞춤법 교정 훈련 효과도 크다”며 “필사용으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유료 콘텐츠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컴은 지난 4월 100명의 체험단을 모아 필사 기능을 미리 써볼 수 있게 했다. 한컴 관계자는 “체험단의 의견을 반영해 한컴타자 화면 디자인과 이용 방법도 직관적으로 개선했다. 단문·장문·낱말·자리연습 등 수준별로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하고, 나의 기록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마이 데이터를 제공해 타자 연습 효과를 높였다. 타자 연습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으로 배지와 포인트를 지급하고, 포인트로 프로필 꾸미기 아이템, 키보드 스킨, 키보드 타건 음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게임적 요소를 더했다”고 밝혔다. 한컴은 이번에 한컴타자를 리뉴얼하며 한글 타자 연습 기능 기반의 새 게임 ‘워드 크러시 사가’를 함께 내놨다. 한컴타자는 온라인으로 누리집(www.hancomtaja.com)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한글 타자 연습은 아무런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고, 필사 등 일부 기능은 회원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회원가입을 하면 기본 포인트를 주고, 이후 타자 연습 목표 달성 때마다 추가로 포인트를 주는데, 필사용 콘텐츠 구매 때 쓸 수 있다. 수필·소설 같은 콘텐츠를 이용할 때는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인식을 심기 위한 절차일 뿐, 아직은 무료이다. 한컴은 “한컴타자로 한글 타자를 연습하는 초보자부터 남녀노소 모두가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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