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워싱턴 근교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따른 한국 업체들의 피해 우려를 논의하려고 방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정책은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맹과의 공조를 통한 ‘경제 안보’를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 쪽의 경제적 실익이 위협받자 정부의 움직임이 다급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각) 워싱턴 근교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안 본부장은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390억달러(약 51조5천억원) 규모의 보조금 심사 기준을 공개한 것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고, 우리 산업계의 특수한 상황도 많아” 협의하러 왔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심사 기준이 “과도한 정보를 요청한다거나, 중국 비즈니스와 관련해 제한을 많이 건다거나, 초과 이윤 같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심사 기준에 기업 영업 비밀까지 포함할 수 있는 생산시설·원재료 공개나 주요 고객 명단 제출까지 넣은 것은 지나치다는 의미다. 미국 상무부는 기업이 예측치보다 많은 이윤을 거두면 보조금의 75%를 넘지 않는 선에서 회수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보조금 수령 기업은 중국에서 10년간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전부터 지적된 독소 조항이다. 이는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직접 영향을 받는 내용이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투자 ‘가드레일’에 대해 조만간 자세한 지침을 내놓을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보조금 기준에 대해 “반도체는 워낙 변동성이 큰 산업 부문”이라며 “어떤 식으로 시행하냐에 따라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또 “(이런 기준은) 좀 과도하게 투자 정책에 상당히 안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며 미국 행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한국 쪽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미국 산업 정책에 따른 한국 기업 피해 가능성은 다음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관련해서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 내 한국 기업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해서는 장비 수출 통제를 올해 10월까지 1년 유예한 게 연장될 수 있을지도 큰 현안이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지난달 23일, 유예 기간이 끝나면 “중국에서 기업들이 생산하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를 협의하러 미국에 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7일 미국 산업 정책에 따른 한국 기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도 반도체법 관련 영향이 동맹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감축법 제정 뒤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비북미산 전기차 차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때마다 ‘지켜봐달라’는 입장만 반복한 미국이 한국의 우려 해소를 위해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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