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막한 세계지식포럼에서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이 중국 경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전 세계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1~2년 내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마저 "중국은 구조적으로 개혁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은 회복탄력성이 높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사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학들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아레나에서 성태윤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글로벌 경제 전망 2023: 긴축의 위협' 좌담(패널 토론)에서 앞다퉈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심각한 염려를 제기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중국은 과거 세계 경제가 침체에 들어갈 때마다 완충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완충 역할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고속 성장을 거듭해 2000년대 중반에는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이 10%에 이르렀고, 2012년 이후에도 평균 7%가 넘는 성장세를 거뒀다. 하지만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3% 남짓으로, 경제는 둔화되고 부동산 시장 침체와 국영기업의 천문학적 부채 규모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구원,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등을 거치며 미국 월가의 비관론자로 유명한 로치 교수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경제가 연평균 3.4% 성장했는데, 이 기간에 중국은 7.5%씩 성장했다"며 "이 기간에 세계 GDP 성장세의 34%를 차지한 중국이 없었다면 글로벌 성장률은 3.4%가 아니라 평균 2.3%로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의 기준선으로 거론되는 2.5% 밑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줬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다음달 16일 개막하는 최대 정치 행사인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체제가 현실화되며 중국이 일당 독재에서 일인 독재 체제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가운데 가뜩이나 성장세가 둔화된 중국 경제는 정부의 초강도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까지 얻어맞고 휘청거리는 처지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일제히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긴축통화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중국은 정책금리를 오히려 낮춰 경기 부양에 매달리고 있다.
로치 교수는 이번 토론에서 중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제로 코로나는 우스꽝스러운 정책이며 시 주석이 세 번째 임기를 확정하면 중국 정치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각종 규제로 알리바바처럼 역동적이었던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을 억눌렀다. 여기에 인구 통계학적 변화로 경제활동 인구 성장은 줄어들고 고령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위기 요인을 분석했다.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제네바 국제경제대학원(GIIDS) 교수는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현상을 경계했다. 볼드윈 교수는 "유럽의 경우 시민들이 위기를 대비해 물과 식량을 사둘 정도로 군사적 긴장감이 팽팽하다. 하지만 이제는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 같은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처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우려도 커졌다.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볼드윈 교수는 "이런 종류의 리스크는 우리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고 덧붙였다.
로치 교수 역시 지정학적 긴장감이 더욱 커지며 중국의 구조적 위기를 부채질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의 무제한적 파트너가 되면서 중국이 러시아에 '선 넘은 지원'을 할 가능성도 생겼다"며 "러시아에 이어 중국이 세계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미국과 중국을 합치면 세계 GDP의 49%를 차지하는데, 미국과 유럽이 이미 침체 상황이고 중국도 동력이 떨어진다면 세계 경제의 엔진이 사라진다. 결국 2023년은 '침체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체임버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국가신용등급 평가위원회 의장) 역시 "중국 상황이 너무 어렵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볼드윈 교수도 이에 더해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는 관리될 수 있는 수준이고, 한시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무너지면 심각한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로치 교수는 중국의 경제 악화가 한국에 피해로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실패하고 있고 국영기업의 거대한 부채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치 교수는 "중국의 부채라는 리스크 요인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너무 커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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