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빚 없이 강북에서 전셋집 고집하다 파혼
"실수요자라면 대출의 힘 필요…배우자와 부동산 궁합 맞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전문가인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고준석TV는 29일 7년 전 20대 직장인이 강남에서 내 집 마련을 했다가 예비 신부와 파혼한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에도 부동산 카페 등에는 집을 두고 견해차이를 보이다가 결혼이 틀어지거나 부부간에 사이에 안 좋아졌다는 얘기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집값의 상승기 이전인 과거에도 집과 대출에 대한 인식 차이는 결국 자산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2014년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던 A씨는 결혼을 앞두고 대출이 고민이었다. 졸업을 하자마자 직장을 구해 거의 모든 수입을 저축했던 그는 2억5000만~3억원 정도의 자금이 있었다. 신혼집을 전세로 시작할지 내 집 마련을 할지가 고민거리였다.
A씨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잠원동 신반포 16차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단지는 396가구로 작은 편이었고 지하철 잠원역도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강이 보이는 탁트인 입지인데다 전용면적 53㎡(옛 17평)로 방 2개여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60%도 가능했고, 그는 1억5000만원 정도의 대출을 동원해 집을 살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당시 신반포 16차의 매매가는 4억후반대에서 5억원초반대였다. 그렇게 A씨는 부모님과 상의해 급하게 나온 매물을 일단 계약했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의 아파트들. / 자료=한경DB
그 때부터 A씨와 예비신부는 싸움이 잦아졌다. 예비신부는 '일단 친정 가까운 곳에서 전세로 살다가 나중에 (방 3개는 되는) 큰 집으로 내 집 마련을 하자'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계약을 깨고 위약금을 물어주더라도 빚은 지고 가지 말자고도 했다. 신랑은 강남에 작은 내 집, 신부는 강북의 큰 전셋집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예비신부의 불만은 나날이 늘어났다. 집이 낡은데다 결혼해서 수입을 합치게 되더라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점, 작은 집이니 혼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컸다. A씨는 혼수를 과하게 할 필요도 없고, 일단은 살면서 도배·장판을 하면되고, 당장 아이를 낳을 것도 아닌데 방 2개면 충분치 않겠느냐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예비신부는 친정과도 멀고 바쁜 출근길에 지하철역까지 길을 건너 걸어다니는 것도 부담이라고 또 지적했다. 결국 A씨는 예비신부와 파혼을 하게 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내 집 마련 실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자료=고준석TV
이후 30대가 된 A씨는 다른 여성과 교제해 결혼을 하게 됐다. 신반포 16차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자녀를 낳고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있다고. 이 아파트의 매매호가는 17억~18억원에 달한다. 신반포 16차는 조합이 설립돼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한강공원을 내 집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다보니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아파트다.
단지 바로 옆 재건축을 통해 들어선 '아크로리버뷰'의 경우 지난 1일 전용 84㎡가 33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한강뷰의 대표적인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는 42억원에 실거래가 뜨면서 동일면적 최고가를 기록했다.
고 교수는 최근 A씨와 통화를 했다면서 "그 때 예비신부 말대로 강북에 전세로 시작했으면 강남은 둘째치고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꿨다고 한다"며 "현재 부인이 대출을 이해해주고 같이 갚아나가다보니 빨리 대출이 마무리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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