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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강남에 신혼집' 구했다가 파혼 당한 남자, 지금은… - 한국경제

대출로 강남 신반포 16차 매입했지만…
예비신부, 빚 없이 강북에서 전셋집 고집하다 파혼
"실수요자라면 대출의 힘 필요…배우자와 부동산 궁합 맞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20~30세대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빚을 내는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하루라도 빨리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심리와 맞물리면서 '패닉바잉(공황매수)'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기도 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청년층의 가계부채가 문제라며 각종 대출을 조이고 있다. 하지만 2030세대들의 부채가 문제기만 할까? 최근 유튜브에서는 과거 20대의 내 집 마련 이야기가 올라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고준석TV는 29일 7년 전 20대 직장인이 강남에서 내 집 마련을 했다가 예비 신부와 파혼한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에도 부동산 카페 등에는 집을 두고 견해차이를 보이다가 결혼이 틀어지거나 부부간에 사이에 안 좋아졌다는 얘기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집값의 상승기 이전인 과거에도 집과 대출에 대한 인식 차이는 결국 자산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2014년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던 A씨는 결혼을 앞두고 대출이 고민이었다. 졸업을 하자마자 직장을 구해 거의 모든 수입을 저축했던 그는 2억5000만~3억원 정도의 자금이 있었다. 신혼집을 전세로 시작할지 내 집 마련을 할지가 고민거리였다.

A씨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잠원동 신반포 16차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단지는 396가구로 작은 편이었고 지하철 잠원역도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강이 보이는 탁트인 입지인데다 전용면적 53㎡(옛 17평)로 방 2개여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60%도 가능했고, 그는 1억5000만원 정도의 대출을 동원해 집을 살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당시 신반포 16차의 매매가는 4억후반대에서 5억원초반대였다. 그렇게 A씨는 부모님과 상의해 급하게 나온 매물을 일단 계약했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의 아파트들. / 자료=한경DB

서울시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의 아파트들. / 자료=한경DB

A씨는 생애 첫 집을 장만한만큼 예비신부가 함께 기뻐해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비신부와 집안의 갑작스러운 반대에 부딪히게 됐다. 예비신부는 "친정과 가까운 노원구 일대에 신혼집을 구하고 싶었는데 너무하다"고 화를 냈고, 예비 처갓집에서도 "사윗감이 빚을 그렇게 쉽게 내는 사람이라니 실망이다. 결혼을 빚으로 시작하려는 거냐"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아파트 전용 44㎡(옛 18평)의 전세 시세는 1억5000만원 정도였다. 거실 겸 방으로 쓸수 있는 공간을 합치면 방이 3개까지 나오는 구조였다.

그 때부터 A씨와 예비신부는 싸움이 잦아졌다. 예비신부는 '일단 친정 가까운 곳에서 전세로 살다가 나중에 (방 3개는 되는) 큰 집으로 내 집 마련을 하자'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계약을 깨고 위약금을 물어주더라도 빚은 지고 가지 말자고도 했다. 신랑은 강남에 작은 내 집, 신부는 강북의 큰 전셋집을 두고 팽팽히 맞섰다.

예비신부의 불만은 나날이 늘어났다. 집이 낡은데다 결혼해서 수입을 합치게 되더라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점, 작은 집이니 혼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컸다. A씨는 혼수를 과하게 할 필요도 없고, 일단은 살면서 도배·장판을 하면되고, 당장 아이를 낳을 것도 아닌데 방 2개면 충분치 않겠느냐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예비신부는 친정과도 멀고 바쁜 출근길에 지하철역까지 길을 건너 걸어다니는 것도 부담이라고 또 지적했다. 결국 A씨는 예비신부와 파혼을 하게 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내 집 마련 실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자료=고준석TV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내 집 마련 실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자료=고준석TV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20대의 대출은 리스크(위험성)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서라면 대출의 힘을 잘 이용해 사다리를 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사례는 '대출'을 보는 관점이 예비 배우자와 달랐던 것에서 갈등이 비롯됐다"며 "배우자와의 '부동산 궁합'이 맞아야 내 집 마련 시기가 빨라지고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30대가 된 A씨는 다른 여성과 교제해 결혼을 하게 됐다. 신반포 16차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자녀를 낳고 단란한 가족을 꾸리고 있다고. 이 아파트의 매매호가는 17억~18억원에 달한다. 신반포 16차는 조합이 설립돼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한강공원을 내 집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다보니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아파트다.

단지 바로 옆 재건축을 통해 들어선 '아크로리버뷰'의 경우 지난 1일 전용 84㎡가 33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한강뷰의 대표적인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는 42억원에 실거래가 뜨면서 동일면적 최고가를 기록했다.

고 교수는 최근 A씨와 통화를 했다면서 "그 때 예비신부 말대로 강북에 전세로 시작했으면 강남은 둘째치고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꿨다고 한다"며 "현재 부인이 대출을 이해해주고 같이 갚아나가다보니 빨리 대출이 마무리된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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