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유저블 컵’ 제공 행사에 이용자 몰려
벌써 중고거래 플랫폼에 ‘재판매’ 올라와
“친환경 내세우며 환경 파괴” 비판도
28일 서울 종로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 이용자들이 주문한 음료가 나와 있다. 이우연 기자
28일 오전 10시35분 서울 종로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 1잔을 주문하자 ‘143번째 메뉴로 준비 중’이라는 안내가 떴다. 음료를 받은 건 1시간이 지난 11시35분. 음료 픽업대에는 비대면으로 주문해놓고 아직 찾아가지 않은 음료 30여잔이 쌓여 있었다. 마포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음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고, 한 명이 음료 8∼10잔을 주문해 가져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하루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전국 매장에서 음료 를 주문하면 다회용컵을 함께 제공하는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빚어진 풍경이다. 스타벅스 쪽은 이날만 음료를 사면 사실상 무료로 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한정판 굿즈’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매장이 붐볐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비대면으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스타벅스 앱에도 한때 동시 접속자가 8천명이 넘어가면서 접속이 지연됐다. 일부 매장에서는 이날 오후 3시쯤 “다회용컵이 매진됐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이번 행사가 “일회용컵 사용 절감이라는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전국 매장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세운 스타벅스가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다회용컵 사용 동참을 권하는 취지의 행사라는 것이다.
28일 스타벅스 앱에 동시 접속자 8천여명이 몰리면서 접속이 지연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이러한 행사가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정판 컵을 가지려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거나, 재판매 목적으로 여러 잔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직장인 이아무개(28)씨는 “이미 집에 텀블러가 많지만 컵을 갖고 싶어 행사에 참여했다. 이런 행사가 환경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양이 적은 에스프레소를 사면 컵을 여러 개 가져오기 편하다’ 등 팁이 공유됐고,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벌써부터 다회용컵 하나당 2천∼4천원에 재판매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28일 전국 매장에서 음료 주문 시 제공한 다회용 컵.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스타벅스가 만든 다회용컵은 다회용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권고 재사용 횟수’가 20여회에 불과하다. 스타벅스는 앞서 지난 8월 이번 행사에 사용된 것과 유사한 재질의 다회용컵을 내놓으며 ‘제품 특성상 가급적 20여회 사용을 권장한다’고 안내한 바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날 제공된 다회용컵은) 수십회 사용할 수 있다”고만 말했다. 그동안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소비자 ‘수집욕’을 자극하는 텀블러, 머그잔 등 엠디(MD·특별기획) 상품을 너무 자주 출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행보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8∼9월 두 달 사이에만 9종에 달하는 시즌 한정 엠디 상품을 출시했다.
김윤주 이우연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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