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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쏟아낸 기관, 크래프톤·현대重은 샀다 - 매일경제


9월 한 달간 기관투자자가 5조500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은 반도체와 인터넷 종목을 대거 매도한 반면 크래프톤, 현대중공업 등과 같은 새내기 공모주를 대거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들어 29일까지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3조9785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에서 기관은 1조5257억원어치 팔았다. 한국 증시 전반에서 모두 5조5076억원어치를 판 셈이다.

지난달 기관은 한국 증시에서 722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불과 한 달 사이에 투자 판단을 급격히 바꿨다. 특히 연기금의 매도세가 강했다. 9월 들어 29일까지 1조856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지난 4월 이후 최고치였다. 기관은 연말로 갈수록 차익을 실현하려고 매물을 내놓는 경향을 띤다.


당장 코스피가 지난 1월 3200선을 돌파한 뒤로 최근까지 횡보를 거듭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 또한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피크아웃'(실적이 고점에 도달한 뒤 하락) 우려가 불거졌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돌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연말 결산을 앞두고 차익을 실현해 두려는 심리가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기관은 이달 들어 크래프톤을 5471억원어치 순매수해 눈길을 끌었다. 전체 종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크래프톤은 지난 8월 10일 상장한 뒤로 한때 주가가 공모가(49만8000원)보다 18% 이상 낮은 4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10일 보호예수 1개월이 걸렸던 96만6400주(지분율 8.7%)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수익률이 부진했지만 최근 들어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크래프톤 주가는 9월 한 달간 2.14% 올랐는데, 같은 기간 코스피는 4.06% 떨어졌다.

증권가는 최근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 규제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크래프톤은 안정적으로 실적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크래프톤은 공격적으로 신작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연결 기준으로 올해 영업이익 8975억원을 기록할 전망인데, 내년으로 접어들면 1조515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년 동안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플랫폼 확장과 지식재산권(IP) 강화에 주력했다"면서 "앞으로 1~2년 동안 이들을 활용해 다양한 신규 게임 출시가 본격화되는 시기로 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뒤를 이어 기관이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중공업이었다. 8월 17일 상장한 뒤로 주가가 횡보하고 있지만 기관은 9월에만 현대중공업을 219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가는 올해 현대중공업이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내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수주 실적이 양호해 내년 하반기부터 매출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150억달러로 올해 예상 매출액 대비 2배 이상일 것으로 산출된다. 그동안 조선주는 수주가 매출보다 많은 구간에 진입하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현대중공업도 이런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겨울철 난방 수요 등으로 LNG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LNG선 선가 또한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관은 공모주와 함께 '위드 코로나' 수혜주 또한 대거 사들였다. 대표적인 종목이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등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 각국이 봉쇄 조치를 내놓으면서 이동 수요가 줄어 타격을 받은 업종들인데,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항공주와 정유주는 올해 4분기부터 영업 환경이 한층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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