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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틀그라운드 투자 성과급 공방 대법원 갔다… 2000억 소송 비화 조짐 - 조선비즈

입력 2021.03.29 14:11 | 수정 2021.03.29 14:45

크래프톤 투자 성과보수 놓고 VC 전현직 임원 갈등
1·2심 판결 갈려… 대법관 출신 변호인단 대결
크래프톤 기업가치 30조 전망도… 대형 소송으로 번질 듯

인기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에 대한 투자 성과급 분쟁이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약정금 지급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부경훈 전 케이넷투자파트너스(케이넷) 이사는 지난 1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민사 2부에 최근 재판이 배당돼 본격적인 심리를 앞두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앞선 1심과 2심의 판단이 정반대로 갈렸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최대 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배틀그라운드' 대박에 9년 만에 43배 수익
벤처캐피탈(VC) 케이넷은 크래프톤의 초기 투자사 중 하나다. 케이넷은 부경훈 케이제이앤투자파트너스 대표를 비롯해 4명이 2008년 공동으로 설립했다. 케이넷은 2009년 벤처펀드(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를 조성하고 크래프톤에 99억원을 투자했다. 크래프톤 상환전환 우선주 66만주를 1주당 1만5000원에 사들이는 투자였다.

크래프톤은 당시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부 대표는 이후 회사 운영을 놓고 케이넷 김모 대표이사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2014년 10월 21일 퇴사했다. 퇴사 당시 부 대표는 케이넷과 '성과급 지급 확약서'를 작성했다. 케이넷이 조성한 벤처펀드에서 투자가 성공해 성과보수를 수령하게 되면 자신의 몫에 해당하는 성과급도 지급하라는 내용의 확약서였다.

크래프톤이 개발한 게임 ‘배틀그라운드’. /조선DB
하지만 케이넷이 조성한 벤처펀드는 존속기간인 2015년 11월 23일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케이넷은 펀드 존속기간을 연장했다. 기다림이 보상받은 건 2018년이다. 크래프톤은 인수한 자회사를 통해 2016년 3월 배틀그라운드 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 12월 배틀그라운드가 정식 출시됐다. 이 게임은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배틀그라운드가 대박을 치면서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도 급등했고, 케이넷은 펀드 투자 9년 만인 2018년 9월 보유한 주식 66만주 중 20만주를 1300억원에 매각하며 투자 차익을 일부 회수했다. 1주당 1만5000원에 투자한 것이 1주당 65만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펀드에서 성과가 나면서 케이넷은 138억원2714만원의 성과보수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케이넷이 부 대표에게 성과보수를 지급하지 않자 부 대표는 2018년 11월 확약서에 따른 성과보수를 지급하라며 케이넷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7분지 6' 문구 놓고 정반대 판결 내놓은 1·2심
부 대표에게 성과보수를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1심과 2심은 정반대 판단을 했다. 문제가 된 확약서는 사실 한 문장이다. '당사 성과급 지급 규정(2009.3.11.작성)에서 정한 파트너별 성과급 중 원고에게는 지급해야 할 성과급의 7분지 6 금액'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이 한 문장을 놓고 양측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1심 재판부는 이 문구를 있는 그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부 대표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에 기여했는지 여부는 성과급 지급에 있어 판단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7분지 6 금액'을 지급한다는 조항도 펀드 존속기간(7년) 대비 부 대표의 근무기간(6년)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뜻으로만 해석했다.

다만 부 대표가 '배틀그라운드' 성과에 기여한 게 크지 않은 만큼 성과급 전액을 지급하는 대신 부 대표가 받아야 할 금액의 40%에 해당하는 10억6666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7분지 6 금액'이라는 문구가 7년의 펀드 존속기간이 만료되고 최종 결산 또는 청산 시에 내부수익률이 기준수익률을 초과할 경우 성과급의 7분의 6을 지급하라는 의미라고 판단했다. 즉, 펀드 존속기간이 만료됐을 때 내부수익률이 기준수익률을 초과하지 않았다면 성과급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펀드 존속기간이었던 2015년 11월 23일에는 배틀그라운드 개발이 시작도 되지 않았던 때였고 당연히 펀드의 내부수익률이 기준수익률을 밑돌고 있었다.

2심 재판부는 "원고에게 지급할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되는 성과의 발생 시기를 원고의 퇴임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존속기간 내지 청산기간이 연장된 장래까지 확장하는 것은 사원의 기여도에 따라 성과급을 배분하는 확약서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이어 "연장된 존속기간이나 청산기간이 길어질수록 장래의 시점에 케이넷이 수령할 성과보수에는 원고가 재임기간 동안 기여한 것과 무관한 원인에 의해 이뤄진 성과가 포함돼 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심에서 완패하자 부 대표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부 대표는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의 김소영 변호사를 변호인에 선임하며 상고심을 준비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여성 최초 법원행정처장 출신으로 대법관을 지냈다. 케이넷도 상고심을 맞아 변호인단을 새로 꾸렸다. 마찬가지로 전직 대법관 출신인 박병대 변호사(법무법인 이제)를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재정비했다. 전직 대법관 출신들을 앞세워 대법원에서 마지막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크래프톤 IPO하면 나머지 46만주 성과보수 소송으로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재판이 최대 2000억원대 대형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번 재판에서는 케이넷이 2018년 9월 매각한 20만주에서 발생한 성과 보수를 놓고 양측이 다투고 있는데, 케이넷은 여전히 크래프톤 주식 4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넷이 2009년 크래프톤 주식 66만주를 사들일 때 이 회사의 가치는 1000억원도 되지 않았다. 지금의 기업가치는 장외 주식시장 기준으로 20조원을 넘는다. 크래프톤이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기업가치는 3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IPO를 한 뒤에 케이넷이 남은 46만주에 대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할 경우 성과보수만 최대 2000억원 정도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번 재판에서 다투는 금액은 10억~20억원에 불과하지만 재판 결과가 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소송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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