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악순환에 국민소득은 되레 줄어들 수도
이자도 못 버는 '좀비기업' 솎아내 노동생산성 높여야
정보기술(IT)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연합뉴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한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오른 2.1%를 기록했다. 1년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미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올 1월까지만 하더라도 1.8%였지만 2월 2.0%로 높아진 뒤 3월엔 더 상승했다. 2.1%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019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뜀박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0.5%에서 올 1월 0.6%로 높아졌고 2월엔 1.1%로 치솟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2월 수치엔 정보기술(IT)업체와 대기업의 임금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게임업체들이 연봉을 800만~2000만원 인상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올해 평균 연봉을 7.5% 올리기로 했다.
기업 인건비 부담 커지며 고용·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연일 기업들의 임금 인상 얘기가 올라온다. 우리 회사도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임금이 뛸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만 올라가면 기업들은 고용과 투자,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물가는 뛰고 국민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임금 인상 바람은 게임업계에서 시작됐다. 웹젠(2000만원) 엔씨소프트(개발직군 기준 1300만원) 넥슨(800만원) 넷마블(800만원) 베스파(1200만원) 등 게임업체들이 올해 임금을 800만~2000만원가량 일괄 인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연봉을 각각 7.5%, 9.0% 올리기로 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임금 인상에 직장인들이 술렁이고 있다.
게임·인터넷업체들이 개발자·데이터분석가를 경쟁적으로 뽑기 위한 인재 쟁탈전이 이어진 결과다. 여기에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SNS를 통해 임금, 성과급 등의 회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번져가는 임금 인상 요구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원자재·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다 정부와 한은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돈을 푼 결과다. 여기에 임금 인상까지 더해지면 향후 물가상승 폭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인상은 산업경쟁력을 훼손한 채 물가만 띄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인상이 이어지면 동종·유사업종 근로자의 임금 상승 요구로 이어지게 된다”며 “임금 인상 기준이나 성과 등 근거도 빈약한 가운데 관행적으로 올리면 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 등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19년 65.5%로 역대 가장 높았다. 2018년 63.5%와 비교하면 2%포인트 뛰었다. 기업 이윤 등을 의미하는 영업잉여가 2019년 6.9% 감소한 반면 근로자 임금(피용자 보수)은 3.4%나 올랐기 때문이다.
좀비기업 퇴출로 업계 전반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생산성을 높여 오름세를 보이는 임금과의 틈을 좁혀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의 ‘2021년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인 상장·비상장 기업(2175개) 가운데 40.7%로 3.4%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2016년 30.9%, 2017년 32.3%, 2018년 35.7%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불어나는 좀비기업은 전체 제조업의 경쟁력·노동생산성을 훼손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좀비기업 노동생산성이 일반기업의 평균 48%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좀비기업이 더 늘지 않으면 일반기업의 노동생산성이 평균 1.01%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익환/백승현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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