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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은 줄고 세금은 늘고… "토지거래는 위축. 신도시는 차질 우려" - 조선비즈

입력 2021.03.30 15:00

"LH 땅 투기 의혹에 원 토지주만 잡았다"
신도시 지정되면 땅 그냥 뺏기는 꼴
자금조달계획서에 대출까지 규제되면
땅 거래는 사실상 중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 이후 정부가 내놓은 투기 근절 대책이 3기 신도시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토지를 매매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대출 규제까지 생기면서 일반 토지 거래의 경우 사실상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단기 세율을 올린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었다. 단기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토지를 매입하는 투기성 수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10일 오후, LH 직원이 매수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광명시 과림동의 한 밭에 보상을 받기 위한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고운호 기자
◇ 보상 줄고 세금 늘고…보상 원치 않는다는 토지주들

3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토지 등의 보상가액을 현재보다 더 엄격하게 산정하기로 했다. 특히 보상비를 노리고 과도하게 심은 수목은 보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사과나무가 1000㎡당 33그루 정도가 심어져있다면 정상 수준으로 보지만, 이를 초과하면 보상을 노리고 심었다고 판단해 보상에서 제외한다.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식재된 수목도 최소 수준으로 보상한다. 국토교통부는 나무의 이식 비용과 묘목원가 중 낮은 가액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앞서 일부 LH 직원이 광명 시흥 신도시 예정지에 땅을 사고, 보상을 노려 왕버들 등 희귀 묘목을 과도하게 심은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토지를 보상받는 사람이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도 높이기로 했다. 토지보상을 받는 토지주는 보상가액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양도세 최고세율은 45%다. 강제 수용 형식이라 정부가 산출세액을 깎아주지만, 이번에 대토(代土) 보상 범위가 줄었다. 정부에서는 대토보상 공급 대상자를 선정할 때도 토지 보유 기간에 따라 우선순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토 보상에 따른 세금 감면율은 40%였는데 대토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면 현금 보상 등으로 방향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장 난감한 이들은 아직 보상을 받지 못한 택지지구 내 토지 소유자다. 물론 LH는 계획에 따라 일정 시점에는 전면 토지 수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택지지구 내에서 양도세율 차이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보상 및 수용이 완료될 예정인 하남 교산지구 등과 보상단계에 착수하지 않아 내년 수용이 이뤄질 예정인 남양주 왕숙지구 등 3기신도시 내에서도 진행 일정에 따라 택지별로 적용 세율이 엇갈릴 수 있다. 쉽게 말해 대책 시행 이후 시점인 내년에 보상이 이뤄지면 보상액은 상대적으로 줄고 세금은 더 늘어나는 격이라 형평성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3기 신도시 택지지구 내 한 토지주는 "원치 않는 가격에 보상해준다고 하는데 여기에 응하지 않을 방법도 없다. 보상금 받으면 양도세까지 내야 하는데 LH 사태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했다. 또 다른 토지주는 "LH 직원 때문에 엄한 토지주들만 더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안 그래도 늦어지고 있는 토지 보상작업이 더 늘어질 가능성 크다고 우려한다. 보상에 갈등이 생기면 절차가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인천계양지구의 보상 진행률이 44.4%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문화재가 출토돼 토지 보상이 멈췄고, 하남교산지구는 31.6%까지 진행됐다가 LH 사태 이후 전면 중단됐다.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은 이보다 진행속도가 더 늦다.

◇ 토지 시장에 늘어난 규제책, 매도·매수 어려워진다

이번 대책의 여파로 3기 신도시 등 개발호재가 없는 지역에 토지를 보유한 소유자들의 부담도 커진 측면도 있다. 세금이 늘면서 기대 수익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투자 목적으로 땅을 사려는 이들도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 융통을 위해 땅을 파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농지를 농업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사업용지를 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등의 비사업용 토지 양도 중과세율을 현재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상향하고, 현재 최대 30%인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도 배제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주말농장용 농지도 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했다. 비사업용 토지는 나대지(빈땅)나 상속 등을 통해 땅을 보유하게 된 부재지주의 임야, 농지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토지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와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의무화가 시행되면 땅을 처분하기 위해 내놔도 매수자 찾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토지 매입 목적의 담보대출비율 적용 및 면적 기준으론 1000㎡ 이상, 금액으론 5억원 이상 토지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토지 매도를 걱정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방에 시세 총 6억원대 토지 처분을 놓고 고민 중이라는 P씨는 "부모님께서 몇 년 전부터 보유 토지를 처분하고자 매도에 나섰지만 정리가 쉽지 않았고, 그 사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서 "상속 및 증여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있는 데 앞으로 토지 매도에 따른 세금까지 늘게 된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책이 성급하게 나온 것 같다는 지적과 함께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장 내부 정보로 투기를 일삼은 사람들은 잡지 못하고 토지 거래만 경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영향으로 토지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거래 행위가 어려워지고 거래 자체가 멈추게 되면 투자와 공급뿐 아니라 시장 경제 전반에 또 다른 영향을 주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심 교수는 "이번 사태는 공직자의 부패 문제다. 이를 투기 문제라고 하면서 시장 전반에 규제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양도세율 인상, 투기성 단기 토지 보유 잡는 효과 있을 것"

다만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토지에 매기는 양도소득세율을 높이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왔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인 토지에 매기는 양도소득세율은 기존 50%에서 70%로, 1년 이상 2년 미만은 기존 40%에서 60%로 각각 상향된다.

가령, 올해 1월 20일에 수도권 일대 토지를 5억원에 사들인 A씨가 1년도 안돼 올해 12월 26일(대책 시행 전)에 8억원에 팔아 3억원의 차익을 낸다면, 이 사람이 납부해야 할 양도소득세액은 1억6362만5000원(지방소득세 1487만5000원 포함)이 된다.

하지만 대책 시행 이후인 내년 1월 19일에 양도가 이뤄진다면, 내야 할 세액은 2억2907만5000원(지방소득세 2082만5000원 포함)으로 세 부담이 6545만원 늘어난다. 동일 조건에서 보유기간이 ‘1년 이상 2년 미만’일 경우라면 대책 시행 전에는 내야 할 총 세액이 1억3574만원인데, 대책 시행 이후에는 1억9635만원이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토지에 대한 세금 강화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이슈와는 또 다르다"며 "토지를 매입한지 1년도 안 돼 차익이 크게 발생한 데 대한 양도소득세율 최고 수준으로 중과하는 것에 대한 반박 명분이 많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우 팀장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토지 시장에 접근하는 사람은 줄고, 최소 2년 이상은 보유하려는 사람이 늘 것"이라면서 ‘절세용 토지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또 "대책 적용 전에 팔면 세금은 적고 장특 공제도 받을 수 있는 반면, 대책 이후에는 세금은 늘고 장특 공제는 사라져 팔기도 어렵게 된다"면서 "이로 인해 시장에 급매물을 유도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쓰지 않는 땅을 10년~15년 이상 들고 있는 지주 입장에서는 ‘강화된 세금을 적용받기 전에 빨리 팔자’하는 이슈가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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