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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의 경제플러스] 걸음마부터 ‘복병’ 만난 금융 ESG - 미디어SR

서울 시내 모 시중은행 창구 모습.
서울 시내 모 시중은행 창구 모습.

[미디어SR 조태진 경제부장(부국장)] 올해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스타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SG가 글로벌 경제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 뿐 아니라 공정경제 달성, 금융소비자보호 등 정부와 여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시장 가치와 맥이 닿아 있어서다.

금융지주회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1월 동아시아 금융그룹 최초로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협력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친환경 전략인 ‘제로카본드라이브(Zero Carbon Drive)’를 선언했다.

KB금융은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미션을 바탕으로 한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 ‘KB GREEN WAY 2030’을 제시했다.

하나금융은 ESG 기획 섹션을 신설해 전담 부서 중심의 ESG경영 체계 구체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우리금융은 ‘2050 탄소중립 금융그룹’을 선언하며 자회사와 함께 ESG 전략을 논의하는 위원회도 신설했다.

하지만 업계 전반으로 보면 금융감독원 주도로 6대 금융협회가 ESG 경영 캠페인에 나선 것이 지난 2월이니 이제야 싹이 움트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싶다.

문제는 태동 단계부터 'ESG 경영'의 추진 일정에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이지만 현 정부가 지향하는 시장 가치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 첫 날 은행 창구를 찾은 금융상품 가입 고객들은 지나치게 많은 서류를 출력 버전으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에 하루종일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시중은행 창구의 한 직원은 미디어SR에 “ESG 경영으로 페이퍼리스 근무 원칙까지 정했는데 금소법에 따라 수십 장에 이르는 각종 설명서를 출력물로 전달하게 돼 혼란스럽다”며 “이메일로 전달해도 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하지만 문제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온전히 떠안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상품별로 가입 이후 최대 15일 이내 환불을 요청할 경우, 가입 서류에 준하는 출력물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판매사는 라임·옵티머스 피해 보상 과정을 지켜보며 업무 착오가 가져오는 ‘나비 효과’에 잔뜩 위축된 상태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온데간데 없이 판매사만 여론의 뭇매 를 맞고 있는 현 상황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ESG 경영' 보다 판매 시비에 따른 후폭풍을 더 우려하는 이상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하반기 본격 시행되는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금융감독법)도 금융권 ESG 경영을 후퇴시킬 수 있는 암초가 될 수 있다.

이 법은 금융그룹별 자본건전성을 따질 때 부실 전이 위험 등 정성평가를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얼핏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잖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예컨대 금융위원회가 한 발 물러나는 개정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부실 위험을 가정해 미리 자본을 쌓아놓아야 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벌어지게 된다.

금융복합그룹은 여·수신, 금융투자, 보험 가운데 2개 이상 업종을 운영하면서 총자산이 5조원 이상인 곳으로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DB 등 6개 그룹이 대상이다.

자회사 지분율 확대, 잠재 부실 차단을 위한 충당금 적립 등에 소요될 제반 비용은 신 경영가치인 ESG 동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경영 확산을 위해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공정경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자체를 문제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는 태생적으로 병존할 수 밖에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권을 넘어 모든 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적인 결과를 위한 정지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금감원이 향후 관련 법안 시행령 및 시행세칙, 감독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 충실히 반영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태진 경제부장(부국장).
 조태진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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