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A주무관은 지난달부터 퇴근 후 집에서 독학으로 코딩을 배우고 있다. 그의 목표는 '탈(脫) 공무원'이다. 힘든 수험생활을 견딘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입직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업무량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악성 민원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괴롭혔다.
그는 "하위직 공무원을 '무능한 철밥통' 취급하는 사회 인식 때문에 입직 후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최근 정부마저 공무원을 희생양 삼아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에 신물이 나 면직 의지가 더욱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올 초 발간한 '2020년 공직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공무원(4339명) 중 31.1%는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대 공무원의 경우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38.4%에 달했다. 이직을 희망하는 이유로는 '낮은 보수'(31.0%)와 '가치관·적성에 맞지 않아서'(17.1%), '과다한 업무'(13.6%) 등이 꼽혔다.
현장 공무원들은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무원들의 업무량이 지나치게 과중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구청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역학조사와 선별진료소 운영, 백신 접종 지원 등 1년 넘게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전 직원이 동원되고 있다"며 "그 와중에 예정에 없던 선거 업무까지 더해지자 현장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방전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이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을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정하자 공직사회는 폭발 직전이다. 공무원 단체들은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연일 내놓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한국노총교육연맹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대정부교섭단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공무원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철회하라"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모든 공무원 재산등록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하는 건 자명하다"며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이 되길 거부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재산등록 확대는) 전체 교원,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함으로써 허탈감과 사기 저하만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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