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부터 주식, 주택가격, 암호화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실물 경기와 달리 글로벌 자산시장에서는 모든 자산 가격이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돈이 될 만한 곳이면 어디든 현금이 흘러 들어가면서 과열 양상이 마치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던 미국 ‘광란의 192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자산시장에 거품(버블) 경고등이 켜졌지만 대규모 조정 가능성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주식·비트코인·원자재 죄다 랠리
2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양한 자산 가격이 천장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가격 급등의 한복판에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증시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주식시장)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각각 23번, 21번 신고점을 경신했고, 프랑스와 호주 등 각국 주가지수도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암호화폐 시장도 랠리를 거듭하고 있다.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최근 가격이 급락하긴 했으나 이달 중순만 해도 첫 6만달러 고지를 돌파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장난 삼아 만든 도지코인마저 세계 각국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가격 폭등을 부채질했다. WSJ는 “다양한 자산이 이처럼 한꺼번에 오르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실물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ㆍ모든 자산 가격이 오른다)’가 현실화했다. 목재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곡물 구리 원유 등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가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인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뉴질랜드, 캐나다 등 지구촌 곳곳의 집값이 펄펄 끓으면서 주거 불평등 등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Again' 광란의 20년대?
신문은 모든 자산시장이 동시에 들썩이는 현 상황이 미국 대공황 직전이던 ‘광란의 20년대’를 연상케 한다고 분석했다. 고평가 된 기술주의 경우는 20여년 전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봤다. 증시 과열은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최근 주가 가치 평가 계산법인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37.6으로 닷컴 버블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거품이 터질 충분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이번 자산 거품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닷컴 버블 붕괴를 예측한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예전의 버블은 경제 여건이 완벽에 가까워 보일 때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치솟은 게 차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대응이다. 탄탄한 경제 성장이 견인한 과거 호황기 때는 연준이 금리를 올려 거품을 터뜨렸다. 그러나 지금의 연준은 아예 ‘저금리가 자산 거품을 키운다’는 개념 자체를 부인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초저금리 기조를 2023년까지 유지하겠다고 수 차례 공언한 상태다. 미 정부와 의회 역시 수조달러의 천문학적 재정부양으로 시장에 돈을 풀고 있다. 자산시장 거품 우려보다 일단 침체된 미국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때문에 지금의 과열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WSJ는 “상당수 투자자는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한 자산 가격이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믿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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