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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 반년새 0.6%P 올라…`빚투족` 한숨 - 매일경제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5000만원을 연 3.1% 금리로 받았다. 지난해 여름 다른 은행에서 같은 금액을 신용으로 빌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금리인 2.5%와 비교하면 대출 금리가 0.6%포인트나 올랐다. 김씨는 "은행만 다르지 같은 신용대출인데도 7개월 새 연 이자 부담이 30만원 늘었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해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고 했는데 이자 부담만큼 수익을 더 내야 하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은행 대출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김씨와 같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음)'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반적으로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금융권 대출을 통한 투자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25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신용 1등급·1년)는 연 2.59~3.65%다. 실제 받기는 어려워도 1%대 신용대출 금리가 있었던 지난해 7월 말(1.99~3.51%)과 비교하면 하단 금리 기준으로 0.6%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신용대출 금리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반등하는 추세다. 25일 현재 4대 은행 주담대 금리(코픽스 연동)는 연 2.34~3.95%다. 역시 작년 7월 말(2.25~3.95%)보다 최저 금리가 0.09%포인트 올랐다. 작년에 이처럼 금리가 낮았던 것은 같은 해 3~5월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방어 차원에서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1.25%에서 0.5%로 0.75%포인트나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시장 금리 상승에 은행별 우대금리 축소, 예금 유치 경쟁 등이 겹치며 대출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 6개월물과 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는데, 작년 하반기 이후 금융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최근 국고채 10년물 등 장기 금리가 경기 개선이나 인플레이션 기대 등을 반영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설 만큼 올랐고, 단기물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0.761%에서 지난 26일 현재 0.856%로 반년 만에 0.095%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용대출 지표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한 것만으로 0.6%포인트에 이르는 신용대출 금리 인상 폭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금리 상승분은 작년 10월 이후 금융당국이 '영끌 투자'를 막겠다며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고, 이에 맞춰 은행들이 우대금리 폭을 크게 줄이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른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들이 2월에 적용한 1월 기준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 0.86%로, 작년 7월(0.81%)보다 0.05%포인트 높다.

코픽스에 반영되는 수신 금리 종류에는 은행채 등의 금리도 포함되는 만큼 역시 시장 금리 상승 영향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인터넷은행과 기존 은행 간 경쟁으로 일부 은행에서 예금 금리가 올랐고, 은행으로선 비용이 늘어났다 보니 대출 금리를 올려 수익을 방어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오르고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신용대출 증가 속도도 둔해지고 있다. 25일 현재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1747억원으로, 지난달 말(135조2390억원)보다 오히려 643억원 줄어들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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