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19일(현지 시각)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씨티그룹이 한국·태국· 필리핀·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테일(소매금융·retail) 사업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리테일 부문 수익은 15억5000만달러(약 1조716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미국 씨티그룹은 "다양한 대안들을 고려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충분히 생각해 결정할 것"이라며 "지난 1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대로 사업별 연계성과 상호적합성에 대해 냉정하고 철저하게 전략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CEO는 지난 2015년 씨티그룹 중남미 책임자로 일하면서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에서 리테일과 신용카드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구조조정 전문가다.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신임 회장이 취임 자리에서 이미 발표한 내용의 연장선 상에서 나온 말일 뿐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사업축소에 관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5년 이후 씨티은행 한국 철수설은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나왔다. 앞서 씨티그룹은 2015년에도 한국 리테일 사업부문 몸집을 줄이기로 하면서 한국씨티은행 자회사인 씨티캐피탈을 매각했다. 2년 뒤인 2017년에는 당시 133개였던 점포를 44개로 대폭 줄였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씨티은행 실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017년 8084억원이었던 판매관리비(판관비)는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2018년 잠시 7032억원으로 13.0%(1000억원) 가량 줄었지만, 2019년 도로 7800억원을 넘어섰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몸집 줄이기 효과가 채 1년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2019년 씨티은행은 전신인 한미은행 시절부터 썼던 서울 중구 다동까지 팔아 치웠다. 그리고 이듬해 당시 박진회 행장은 2020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서 스스로 사임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작년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610억원으로, 전년 동기(2600억원)보다 38.0%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도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부문은 선전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몇 년째 이어지는 저(低)금리와 카드사업부 부진으로 전반적인 실적은 뒷걸음질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년간 이어진 고강도 구조조정에 경영진 물갈이, 간간이 들리는 철수설까지 겹치면서 씨티은행 구성원들 사이 불협 화음도 커지는 분위기다. 박진회 행장에 이어 씨티은행장 자리를 물려받은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30년이 넘는 은행 경력 대부분을 기업 리스크 관리, 기업 심사, 기업 여신 승인 부문서 보낸 기업금융 전문가다. 국내 기업금융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 행장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만렙마녀’라 불렸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유 행장은 여전히 행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리테일 부문 직원 및 지점 출신 직원들과 인력 재분배, 신입 행원 채용, 임금피크제 적용 같은 문제를 놓고 적지 않은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씨티은행 경영진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직접 목소리를 낼 처지가 아니다. 앞서 씨티은행장을 지냈던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은 재직 당시 한미통화스와프를 주선할 정도로 두 나라 금융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 씨티은행 본사 보드미팅(중진 이사회) 멤버였다. 현직인 유 행장은 미국 씨티은행 본사의 보드미팅(중진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 행장이 본사 개입을 줄이고, 주관에 따라 은행을 이끌어 가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구조조정 직후인 2018년에도 ‘자본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8116억원을 중간배당해 배당성향 304%를 넘겼는데, 미국 씨티그룹은 이 배당금을 가져가서 국내에 제대로 재투자하지 않았다"며 "현지화에 힘을 쏟기보다는 미국 본사 지시에 집중하다 보니 국내 금융 환경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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