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반도체 시장 진입장벽 높은데 시장은 작아
자동차 업계, 자체 생산 여력 갖출 것이란 전망도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생산 비중을 조정한 자동차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에도, 추가 설비 투입 없이 생산 재배치를 통해 공급 정상화를 노리고 있다. 무턱대고 생산 역량을 늘렸다가, 추후 초과 공급이 발생하면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반도체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고, 제품 개발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기업이 공급 부족을 겪는 자동차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있지만, 자동차 반도체 사업은 들이는 노력과 투자에 비해 실익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다만 각국 정부는 자동차 반도체 수급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반면 한국 정부는 아직 별다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수급 상황을 해결한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 또다시 수급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 자체적으로 반도체 생산 여력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車 반도체 3분기에도 부족…초과 공급 우려에 증설도 어려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이 올해 3분기까지 원할치 않을 것으로 본다. 반도체 생산 공장들이 생산 비중과 역량을 재배치하고, 가전과 스마트폰, PC 등의 수요가 줄어들어야만 자동차 반도체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통해 공급이 해결되기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자동차 마이크로컨트롤 유닛(MCU)의 70%를 만드는 대만 TSMC의 경우 자동차 반도체 매출 비중이 지난해 4분기 기준 3%로 크지 않다. 매출비중이 낮은 사업을 위해 굳이 설비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면 어느 기업이든지 8인치 웨이퍼 공정용 생산라인을 늘려야 한다. 자동차 반도체의 주력 품목인 MCU와 전력관리용칩 등이 대부분 8인치 웨이퍼로 생산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8인치 사업에 부정적이다. 8인치 웨이퍼 생산 반도체는 12인치 웨이퍼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보다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팹(공장)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로서는 12인치용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요가 TSMC와 삼성전자에 쏠려 있어 8인치용 노광 장비 생산과 출하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시장 작고, 문제 생기면 치명타…그래서 삼성·SK하이닉스는 안 만든다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자동차 반도체는 지난해 기준 400억~450억달러(약 45조~5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가 집계한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4331억달러(약 486조원)로, 자동차 반도체는 1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비중이 굉장히 작은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 분야에 특화된 반도체는 공정이 복잡하다. 당장 설계도만 가지고 공장을 옮겨 생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부 자동차 반도체 설계 기업은 자체 생산이 아닌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있지만, 중요한 반도체는 반드시 직접 생산한다.
통상 수십가지의 반도체가 자동차에 들어가는데, 이 모두를 만드는 회사는 현재 없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다. 또 분야별 반도체마다 상위 회사가 모두 다른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반도체 선두 주자들이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 새로 뛰어든다고 해도, 전체 시장을 석권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람을 태우고 다닌다는 자동차 특성상 문제가 생기면 대규모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다면 수만대의 차를 리콜(무상수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경우 수조원대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단독이 아닌 인수합병(M&A)이나 협력 체제 형태로 시장 진출을 꾀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계획인데, 현재 104조원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은 충분하다.
후보로 언급되는 업체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다. 특히 NXP는 여러 차례 후보자에 언급됐다. 앞서 지난 2018년 퀄컴이 NXP를 440억달러(약 49조원)에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당시 NXP는 삼성전자에도 협상 의사를 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NXP는 BMW·포드·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 車 반도체 확보 작전…뛰는 미국·유럽에 기는 한국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경우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경우 조만간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명령 등 포괄적 전략을 가동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돼 최대 500억유로(약 68조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5일 "시스템반도체 성장 지원을 위해 총 6500억원 이상의 펀드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미래자동차산업과와 반도체디스플레이과를 중심으로 자동차 반도체 수급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라기 보다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차원이라고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반도체 공급 문제가 상당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자율주행차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단기 수급대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산업부 대책은 올해 상반기쯤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 전기 동력계로 전환되고, 자율주행차 등이 보편화되면 자동차 반도체의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각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에 읍소해 공급 개선을 할 수는 있지만, 큰 반전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반도체 업계는 자동차 반도체가 타 분야와 비교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해야만 증설이 가능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수급 불균형은 현재의 공급 부족이 정상화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본다. 자동차 반도체 가격이 일괄적으로 10% 상승하면 자동차 내 생산원가는 약 0.18% 오른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원가 상승은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공유하더라도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이 1% 이상 감소할 수 있는 상당한 금액일 것"이라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는 일부 자동차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최근 그룹 내 자동차 소프트웨어·반도체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1332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은 전원·구동·센서·전력 등 4가지 자동차 반도체를 현대차그룹에 납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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