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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실거래가로 시세 조작?... 세어보니 65%가 ‘중복 신고’ 중 하나 지운 것 - 조선비즈

입력 2021.02.25 14:00

서울 강남구 자곡동 ‘래미안포레’ 전용면적 101㎡(8층)는 지난 1월 23일 18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실거래가 신고가 완료됐다. 이전 거래 가격보다 3000만원 높은 신고가 거래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해당 거래 내역은 2월 17일에 취소됐다. 신고가 거래는 거짓이었던 걸까.
19일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이 문을 열어두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정부 여당에서 이처럼 신고가로 실거래가를 신고하고 취소하는 사례가 집값 급등을 조장한다고 지적하고 나섰지만, 확인 결과 최근 취소된 거래의 상당수는 착오 신고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중복 신고된 거래 중 하나를 취소하는 경우도 많고, 수정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신고를 취소하고 다시 신고하도록 돼있는데 이런 사정을 모른채 투기로 몰아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5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된 85만5247건 중 3만7965건(4.4%)은 이후 등록이 취소됐고, 이 가운데 1만1932건은 역대 최고가로 등록됐다가 취소됐다. 취소 건수 중 31.9%에 해당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를 투기세력의 움직임으로 보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관계부처에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주문했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전수조사를 통해 시장교란 세력을 발본색원하라"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 역대 최고가로 등록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고, 따라서 취소된 거래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취소된 거래 중 최고가 거래가 많았다고 투기와 연결지을 수 있겠느냐는 것.

자곡동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곡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구청에서 신고필증이 나온 후에는 증빙서류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부득이하게 재신고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신고가로 허위 신고를 하고 취소한 것이 아니라 단순 오류로 인한 재신고라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의 거래 사례를 조사해보니 전체 취소 사례 중 투기 조장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는 절반을 훌쩍 넘었다. 조선비즈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거래됐다고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1만3047건(2월 23일 집계 기준)을 분석한 결과, 실거래가 신고가 해제된 계약은 201건(1.5%)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5.1%에 해당하는 131건은 동일한 내용의 신고가 하나 더 남아있는 ‘중복 신고’였다. 단순 실수였다는 뜻이다. 중복 신고가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빈번한 것이 거래에 참여한 두 중개업소가 각각 따로 실거래가 신고를 하는 경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동중개가 일상적인 부동산 거래의 특성상 매물을 갖고 있는 중개업소와 매수인을 찾아온 중개업소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각각 실거래가 신고를 하는 실수도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이런 착오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계약취소 내력’이 남게된다는 얘기다.

집을 매매하면서 제출한 각종 증빙서류를 수정해야 하는 경우에도 실거래가 신고 내역이 취소된다. 지난해 10월부터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가액에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을 증빙할 예금잔액증명서, 주식거래내역서, 납세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금융거래확인서 등도 함께 제출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거래신고필증을 받은 뒤에는 자금조달계획서와 그에 따른 증빙 자료를 수정할 수 없다"면서 "수정이 필요한 경우 경우 기존 신고를 해제하고 실거래가 신고를 새로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실거래가 신고가 취소되는 사례엔 매도인의 변심으로 계약이 파기된 경우도 다수 있었다.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도봉구 창동 ‘주공17단지’ 전용 36㎡는 지난 1월 14일 3억4500만원에 신고됐다가 2월 6일 취소됐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호재 등으로 창동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매도인이 배액배상을 하고 계약을 취소한 사례"라면서 "다시 매도에 나서 4억원 중반대에 매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김포 등에서 집값이 단기 급등하며 집주인들이 배액배상을 하며 정당하게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많다"면서 "실거래 취소 건수 전체가 시세 조작을 의도한 행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실거래가를 허위로 등록했다가 취소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흔들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거래가로 등록했다가 취소한 물건들이 전체 부동산 거래 중 극히 일부인데 이런 거래가 전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어 집값을 올릴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실거래가 등록과 취소를 반복해 시세 조종하는 세력을 차단한다며 각종 대안을 내놓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 시점을 주택 등기 시점으로 정하거나, 계약 당일 공인중개사가 실거래가 신고를 하게끔 하자는 것 등이다.

역시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편함을 키우는 대신 사회의 편익을 높이자는 것인데 처벌 규정을 만들어 강제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인센티브를 주기도 마땅찮아 제대로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차라리 취소 사유를 병기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거래가 등재된 계약을 취소할 때 중복 신고인지, 매도자나 매수자 변심에 따른 배액 배상인지 이유를 명기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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