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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10년만에 전쟁, 이번엔 '빅브라더 전금법'… '이주열의 입' 주목 - 조선비즈

입력 2021.02.22 14:12 | 수정 2021.02.22 15:26

한은법 개정 ‘트라우마’… 한은 "이번엔 안된다"
"전금법은 빅브라더 법" 강도 높아진 비판
은성수 "한은에 화난다"해 감정싸움 양상
23일 국회·25일 금통위, 이주열 발언 예정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한국은행과 정부의 갈등에 금융권에서는 정부와 한은 사이에서 10년 주기로 반복되는 ‘전쟁’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0~2011년에는 금융안정을 한은법 조직 목적 조항에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안으로 전쟁을 벌였다. 금융안정을 한은 책무로 추가하는 대신 금융회사 단독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놓고, 한은과 정부, 금융감독원이 이전투구를 벌였다. 그 결과 금융안정이 책무로 추가됐지만, 단독 조사권은 얻지 못하면서 한은에는 짐만 더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당시 부총재로 한은법 전쟁을 맨 앞에서 지휘했다.

이에 앞서 1997년에는 한은 금통위 의장을 한은 총재가 맡도록 하는 한은법 개정안을 두고 한은과 정부가 극한 갈등을 벌였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카인의 후예들 간의 싸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전투구 양상이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의 모든 거래 정보를 금융결제원(금결원)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전금법 개정안은 한은의 오랜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한은이 ‘중앙은행의 고유권한 침해’에서 '빅브라더법'으로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것도 "이번엔 질 수 없다"는 의지 때문이다. 특히 이주열 총재의 의지가 결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은에 화가 난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감정적인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오는 23일과 25일 예정된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한은·금융위 제공
◇10년전 한은법 개정서 조사권 못가져와… 한은엔 '트라우마'

한은이 정부에 날을 세운 건 '전금법'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한은의 책무에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금융회사 검사와 조사권한을 강화한 한은법 개정안이 논의가 가장 가까운 사례다. 한은은 1997년 한은법 개정으로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했지만, 산하에 은행감독원이 현재의 금융감독원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감독기능을 잃은 바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직접 조사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한은은 금융안정 조항에 전력투구했고, 1997년 ‘한은 독립전쟁’을 방불케하는 고강도 여론전에 나섰다.

하지만 2011년 한은법 개정은 한은의 설립목적에 '금융안정'은 추가됐지만 단독조사권은 쏙 빠진 채 이뤄졌다. 권한 침식을 우려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국회 정무위가 적극적으로 반대했고, 기획재정부도 반대 의견으로 한은의 발목을 잡았다. 그 결과 금융안정 의무만 더해지고 조사권이라는 감독 수단은 얻지 못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한은을 소관하는 기획재정위가 한은 권한 강화에 힘을 더해줬다. 이번 전금법 관련 갈등에서 기재위 소속 의원들이 한은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회 상임위 간의 확전 양상이 나타나는 것도 10년 전과 유사하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전금법 개정안'에 한은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 역시 중앙은행의 권한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관리 책임과 권한은 본래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에 있다. 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에는 금융위가 결제원을 외부청산 기관으로 두고 빅테크 업체의 거래를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융위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를 통한 거래가 활발해져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 업체에 대한 외부청산을 매개로 중앙은행의 지급결제 관리 기관인 금융결제원에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11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중앙은행의 고유권한 침해"라며 반박했다. 이후 두 기관은 여러 차례 물밑 접촉을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이달 17일 전금법 개정안이 상정되면서 갈등은 2라운드로 확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은은 빅테크 업체의 내부 거래까지 금결원이 수집하도록 한 이번 개정안을 개인정보 침해소지가 있는 '빅브라더법'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한 단계 높였다. 특정 정부 기관이 빅테크 업체의 내부 거래까지 들여다 보는 건 중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첫번째)과 이주열 한은 총재(왼쪽 세번째)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 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은성수 발언에 '감정싸움' 양상… 이주열, 23·25일 발언 촉각

'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 각 기관 수장 사이의 설전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이주열 한은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한 차례 공개 발언을 주고 받았지만, 이번엔 갈등의 수위가 높아졌다. 은성수 위원장이 지난 19일 "빅브라더는 오해, 한은에 화가 난다"고 발언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한은 출신들이 가는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를 놓고 금융위와 주금공이 임명을 미루는 것도 이번 갈등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이미 내정자가 정해진 상황에서 임명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임원 인사에도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 2019년 금융결제원장 자리도 금융위 출신에 내줬던 한은 입장에서는 금융위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기관의 관계자는 "금융위가 전금법 갈등과 관련해 한은을 압박할 용도로 일부러 주금공 부사장 임명절차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중앙은행의 고유권한, 법안의 정당성을 따지던 문제가 이제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오는 23일, 25일 예정된 이주열 총재의 공개 발언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당장 하루 뒤인 23일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 차례 입장을 밝히고, 25일 금통위 기자설명회에서 추가적으로 발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은 위원장이 다소 감정적으로 발언을 한 이후여서 이 총재의 발언의 수위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2010년 한은법 전쟁 당시 전선에서 한 발 비켜섰던 은 위원장(당시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이 총재간 충돌의 결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26일 금통위 직후 설명회에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가 아니냐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평소 불필요한 말을 아끼고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였던 이 총재가 작심하고 말을 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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