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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투자 직장인 절반 "손실중"…회사원 1855명 설문조사 - 매일경제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국내 직장인 40%(설문 응답자 기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투자 중인 것으로 조사돼 '코인 투자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그러나 코인 투자 직장인 중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보고 있었다. 또 3명 중 2명은 코인 투자를 시작한 지 불과 6개월이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취업포털 사람인에 의뢰해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0.4%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52.5%가 '손실 중'이라고 답했다. 손익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수익을 낸 직장인의 71.6%, 손실을 기록 중인 직장인의 87.0%가 500만원 미만 수준이었다. 4000만~5000만원을 번 직장인은 4.2%, 1억원 넘게 벌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3.9%였다.

응답자의 43.1%가 투자기간 1~6개월, 23.8%가 1개월 미만이라고 밝혔다. 6개월~1년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은 10.7%였다. 최근 코인 광풍 때 입문한 초보 투자자, 즉 '코린이(코인+어린이)'가 대다수란 뜻이다.

코인 투자는 직장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투자가 직장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업무 집중도 저하'를 꼽은 이가 80.7%에 달했다. '회사 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의욕이 상실됐다'는 사람도 52.6%나 됐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직장인은 "돈 넣은 코인 수가 많을 때는 10개 가까이 되다 보니 거래소 애플리케이션 4개를 설치해 수시로 보고 있다"며 "워낙 변동성이 커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당연히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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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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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차를 바꿨다고 하고 누구는 이사 갈 동네와 집 평수가 달라졌다고 했다. 회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고 매달 받는 월급을 꼬박꼬박 모았지만, 이젠 500만원이 500원처럼 느껴진다. 가장으로서 위상은 그보다 더 값어치가 떨어진 것 같다. "그때 그 집을 샀어야 했는데…." 시작은 부동산이었다. 집값이 잡힐 줄 알았지만, 순두부처럼 멘탈이 물러터진 나만 집값 상승 혜택을 보지 못했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확신이 있었다. 주가가 더 빠질 것이라는 확신. 행정고시를 패스한 경제분석 담당 공무원인 절친도 내 말에 적극 동의했다. 또 한 번의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테슬라. 하지만 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구가 분석한 글에 혹해 다른 나스닥 종목을 선택했다. 현재 수익률은 -20%.


우울하던 차에 주변을 둘러보니 직장 동료 모두 가상화폐 이야기만 하고 있다. 늦은 건 아닐까 고민하던 참에 친한 후배 직원 이야기를 들었다. "단언컨대 지금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기 좋은 마지막 기회예요." 그가 초대한 오픈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얻은 정보로 코인 두 종류에 3000만원을 넣었다. 이걸로 마이너스 통장 1억원만 딱 갚자. 비록 지금은 -40%이지만, 반드시 지난 손실을 만회하고 남을 수익을 얻으리라. "가즈아!('가자'를 길게 발음한 것으로, 투자·투기 시 수익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감탄사)"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30대 중반 직장인 A씨 사연이다. 코인 열풍이 직장인 사이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회사로 출근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모이면 온통 코인 이야기뿐이다. 친환경 인증기관에서 일하는 김 모씨는 "같은 코인에 투자한 직원끼리 단체 카카오톡방을 만들고, 거기서 매입·매도 시점을 공유하며 커뮤니티가 형성됐다"며 "돈을 벌면 번 대로, 잃으면 잃은 대로 종일 코인 이야기로 회사가 시끌벅적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기업 과장급 직원 이 모씨도 "점심때 사내 식당에 내려가 줄 서는 순간부터 밥 먹고 나와 커피 마실 때까지 주변에서 온통 코인 이야기만 들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 실체와 정보가 명확하지 않고, 수시로 크고 작은 '스캠(scam·투자 유치 후 잠적하는 행위)'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코인 투자는 투기 성격을 띤다.

그런데 월간 거래액이 730조원(3월 기준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에 달한다. 작년 10월만 해도 17조원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매일경제신문 '어쩌다 회사원' 팀이 직장인에게 초점을 맞춰 그들의 투자 심리와 직장 내 부작용 등을 '채굴'해봤다.

◆ 종일 스마트폰 보다 "바람피우냐" 오해도

지난해 국내외 자본시장의 초대형 변동성 속에 A씨처럼 돈을 잃은 사람은 잃은 사람대로, 수익을 올린 사람은 올린 사람대로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반드시!'라는 심리가 있는 반면 '이번에도 다시 한 번!'이라는 마음도 있다. 작년 한 해 주식 투자로 2000만원 정도를 벌었다는 직장인 B씨(30)는 지난해 11월 "곧 '불장(Bull Market)'이 온다"는 친구 말을 듣고 1000만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번 돈만 3000만~4000만원이다. B씨는 "주식이나 월급으로 얻기 어려운 돈을 단시간에 얻을 수 있다"며 "직장 생활 현실로부터 잠시 도피하고 '행복회로'를 돌리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코인 투자에 입문한 지 3개월 됐다는 B씨는 두 달에 회비만 약 1000만원(3이더리움)짜리 VVIP 전용 커뮤니티에 가입해 고급 정보를 얻는다고 자랑했다. 이 커뮤니티에 가입하면 수시로 문자를 통해 코인을 추천해주고 시황 분석을 보내준다. 그는 "어떨 땐 10초 만에 수백만 원도 벌 수 있는데 월 500만원 쓰는 게 아까울 리 있냐"며 "누구는 폭락장을 우려하는데, 난 비트코인이 5000만원까지 내려가면 차를 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인 투자로 일상의 심심함, 혹은 공허함을 채우는 직장인도 여럿 목격된다. 직장인 C씨(33)는 "주말이나 새벽에 잠이 안 올 때나 그냥 심심할 때마다 거래 상황을 확인한다"며 "가상화폐 시장은 365일 24시간 움직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 들고, 호재나 악재에 즉각 대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늦은 시간까지 거실에서 혼자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는 것으로도 부족해 샤워하거나 화장실에 갈 때조차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가다가 아내에게 "당신 바람피우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 단절·소외 익숙하지 않은 MZ세대

코인 투자에 빠진 직원들 때문에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직장 중간 관리자도 많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회의에 깜빡하고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하더라도 자료가 부실한 경우라고 중간 관리자들은 호소했다.

한 대기업 부장급 관리자는 "코인 가격이 한창 오를 때 보면 직원의 프로젝트 마감 일정이 지연되거나, 준비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떨어지는 날에는 시세를 확인하느라 상사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거래처와 회의를 잡아놓고는 깜빡하고 들어오지 않아 일일이 전화로 빨리 들어오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D씨(29)는 "5% 단위로 수익·손실이 날 때마다 알람을 설정해둬 회사에서도 종일 신경이 쓰였다"며 "종일 시세와 수익을 확인해야 해 정신적으로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회사 생활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게 코인 투자의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직장 동료는 그가 투자한 사실을 모른다. 그는 "직장에 소문이 나면 내 업무능력까지 함께 저평가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의사들은 가상화폐 투자 시 정신적 피로도가 매우 높아지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안주연 마인드맨션의원 원장은 "코인 투자가 '번아웃 증후군'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친구·동료 등 주변에 대한 혐오감, 두통·불면증·복통·호홉곤란, 냉소 현상 등이 코인 투자에 중독되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코인 투자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 '소외불안(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라며 "이는 결과적으로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포모 증후군'이란 자신만 트렌드를 놓치고 있는 것 같거나, 세상 흐름에서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고립 공포감이다. 안 원장은 "인터넷·모바일에 익숙한 2030 MZ세대는 '단절'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남성의 경우 과거 게임에 중독됐던 환자들이 코인 투자를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투자에 심신이 지친 직장인 중 '코인 탈퇴 선언'을 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E씨는 "돈이 벌릴 때는 심하면 하루 1000번 이상 앱에 접속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그의 동료도 "벌어도 잃어도 하루에 단기투자를 수십 번씩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 탈모 증상이 나타났다"며 "그런데 불장이 끝나고 조정장이 오자 잠도 잘 자고 식사도 제대로 하게 됐다. 내 건강이 더 중요해 가상화폐 투자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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