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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車가 갑자기 인도로 '쿵'…"20대에 걷지도 못해" 눈물 [김수현의 보험떠먹기] - 한국경제

근무 중 교통사고 발생 사례
산재보험·자동차보험 동시 보장 가능

유사 손해 항목에 대한 '중복 보상' 불가
단, 두 보험 간 차액분 추가 청구 허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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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길고 긴 취업 준비를 끝으로 국내 한 중견기업에 입사했다는 28살 이모씨. 이씨에게 불행이 찾아온 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날부터였습니다. 업무 중 거래처 직원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던 이씨는 카페를 나오는 순간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를 발견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비명과 신체에 가해진 순간적인 충격에 정신을 잃었다는 이씨는 그날부터 단 한 발자국도 스스로 내딛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 운동 및 감각 기능이 마비됐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근 3일간 안 좋은 생각만 들었다는 이씨는 실질적 가장 노릇을 해온 자신만 바라보던 부모님의 모습에 삶에 대한 의지를 놓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불완전 척수 손상인 만큼 재활 치료 시 마비 증상을 완화할 수 있고, 치료와 훈련이 잘될 경우 일상생활과 간단한 업무 처리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득도 있었습니다.

다만 걱정은 남아있었습니다. 자신의 업무 중단으로 끊어질 가정의 생활비와 엄청난 치료비, 입원비 등 금전적 부담은 또 한 번의 시련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끈을 잡는 심정으로 자동차보험 보상 범위를 알아보던 이씨는 자신이 산재보험 보장 대상에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업무 시간 내 발생한 사고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둘 중 어떤 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할지 고민하던 이씨는 결국 어느 쪽에도 입을 떼지 못한 채 입원 및 재활 치료 일정을 살피며 한참 생각에 빠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드리운 불행은 그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일일 겁니다. 특히 그 사고가 자신의 업무에 열중하던 순간 타인의 부주의로 일어난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손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절대 불행의 무게를 축소시키는 역할을 할 수는 없으나, 신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사고 시 보상 가능 보험에 대해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앞선 사례는 국가가 보상하는 산재보험 대상에 해당합니다.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는 모든 경우가 보상 대상에 속합니다.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 수행 중 입은 사고와 질병은 물론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 질병, 장해, 사망 등의 경우를 포함합니다. 회사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그로 인한 치료비, 휴업손해, 후유장해 등 손해를 산재보험으로 모두 보상받을 수 있는 겁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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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동차보험의 대인담보를 통한 보상 대상에도 속합니다. 자동차 운전자가 타인의 신체를 훼손한 데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죠.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주의 자동차보험 대인담보를 통해서는 치료비, 휴업손해, 후유장해 등의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이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씨의 경우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중 어떤 보험에서 보상을 받아야 유리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보험 모두에서 처리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은 그 취지와 성격이 서로 다르기에 보험금 동시 청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사고에 따른 산재보험 수급권자이자 교통사고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배상 채권자로 두 권한을 모두 부여받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의해야 할 사항은 있습니다. 유사한 손해 항목에 대해서는 중복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피해자에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처리 받은 보험보다 나머지 보험에서 지급되는 금액이 더 큰 항목이 있다면, 그 차액분을 청구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 보험 모두에서 지급하는 유사한 손해 항목인 장례비(장제비), 휴업손해(휴업급여), 상실수익(장해급여)이 이에 해당합니다. 아울러 먼저 처리 받은 보험에는 없었는데 나머지 보험에서 지급하는 항목이 있다면 추가 보험금 청구도 가능합니다.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을 활용한 최선의 보상을 받기 위해선 그 차이에 대해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재보험은 위자료 항목이 없지만, 자동차보험은 위자료 항목이 존재합니다. 또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이기에 급여 산정 시 피해자의 과실을 반영하지 않지만, 자동차 보험은 배상책임보험이므로 보험금 산정 시 피해자 과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은 민법 손해배상에 기초해 과실상계를 적용합니다. 때문에 약관에 의한 산출 금액 중 피해자 측 과실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하고 보상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씨의 경우처럼 운전자 과실이 100%가 아니라면 산재보험을 청구하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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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산재보험은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평균 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지급하나, 자동차보험은 실제 수입 감소액의 85%만큼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이때 산재보험은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3일 이내라면 보상하지 않지만, 자동차보험은 피해자가 1일이라도 일했다는 게 입증되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산재보험은 사망 시 장의비를 평균 임금의 120일분만큼 지급하나, 자동차보험은 장례비 500만원을 고정으로 지급합니다. 만약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면 자동차보험보다 산재보험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 유족급여의 경우 연금 형태로 지급되기 때문에 수명이 길어질수록 보상 금액 차가 벌어지고, 자동차보험보다 보장 수준이 높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보험 청구 순서는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됩니다. 어떤 보험을 우선하든지 나머지 보험에서 초과 금액을 추가로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Ⅱ 약관 내 산재면책조항 여부에 대해선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산재보험 처리가 가능하면 산재처리가 우선이고, 산재 초과분이 있으면 추가 보상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것입니다. 조항 내 순서에 맞게 보험금 청구를 진행하는 것이 추후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중 어느 보험의 산출액이 더 많은지는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특약 여부에 따라서도 변할 수 있다"며 "두 보험 간 차이를 자세히 살펴서 상황에 맞는 청구를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더 많은 보험금을 받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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