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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2700선 붕괴?"…살얼음판 코스피 쥐고 흔드는 미국 연준 - 매일경제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에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17포인트(0.95%) 내린 2926.7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4.78포인트(1.49%) 하락한 980.38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를 마친 서울 중구 소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사진설명외국인과 기관 매도세에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17포인트(0.95%) 내린 2926.7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4.78포인트(1.49%) 하락한 980.38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를 마친 서울 중구 소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도하는 긴축정책이 본격화하자 국내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과거 연준이 시장 투자심리를 위해 순차적으로 긴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 현재는 3대 정책(자산 매입 축소·금리 인상·양적 긴축)을 동시에 언급하며 매파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유례없는 강력한 통화정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 26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0.95% 하락한 2926.72에 마감했다. 기관투자자들의 거센 매도세 속에 장중 291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닥은 1.49% 떨어진 980.38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기관투자자들은 4조199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 종목은 화장품 대장주인 LG생활건강이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화장품 시장 판매 부진으로 인한 실적 충격 우려에 13.41% 급락한 95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황제주(100만원대) 자리에서 내려왔다. LG생활건강 종가가 100만원을 밑돈 것은 2017년 10월 12일(97만5000원) 이후 4년여 만이다.

LG생활건강 급락은 증권사들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내려 잡은 영향이 컸다. 이날 삼성증권이 161만원에서 131만원으로 LG생활건강 목표가를 내린 것을 비롯해 메리츠증권(160만원→120만원)과 NH투자증권(165만원→145만원), 유안타증권(145만원→127만원), KTB투자증권(150만원→120만원) 등도 하향 조정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도 5.3% 내린 15만2000원에 마감했다.

중국 화장품 매출 하락이 중국 정부의 사치 자제 분위기 조성 때문에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화장품 수요가 코로나19, 거시경제 불안 등 이유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홍색 정풍운동까지 겹친 만큼 단기 매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30%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역기저 부담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1.71% 하락한 상태다. 연준 긴축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금리가 오르고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미래 가치를 앞당겨 인정받아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된 성장주들이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하고 7월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앞서 공개된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기준금리 인상 외에 양적 긴축(QT)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게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양적 긴축은 시중에 돈을 푸는 규모를 줄이는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넘어서서 시중 유동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거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의 양적 긴축은 첫 금리 인상 후 3~6개월 내 이뤄질 전망이다. 중요한 건 시장 컨센서스(예상치)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긴축정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 적은 있지만 자산 매입 축소와 금리 인상, 양적 긴축 세 가지를 지금처럼 동시에 추진하는 건 과거에는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조기 금리 인상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은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개선된 수치이자 월가 예상치(4.1%)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근접한 모습을 보이자 조기 금리 인상 전망이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 소멸로 올해부터 코스피의 이익 성장률이 둔화되는 점도 문제다. 올해 코스피 순이익은 184조원으로 전년 대비 9%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반 전망치(12%)보다 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실적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계속 하락하며 코스피 밸류에이션도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1분기 260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대외 불확실성을 과하게 선반영한 부분이 있어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 연구원은 "인덱스 전반에서 나타나는 과열 신호가 여타 증시보다 낮은 점을 감안하면 지수 하방 위험은 여전히 작다"며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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