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플랫폼 성패가 관건
새해에도 테슬라 독주 체제가 이어질까. 올 한 해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연기관차의 종말이 무서운 기세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탓이다. 특히 올해 많은 업체가 선보일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성패가 관건이다.
4일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이브이 볼륨즈(EV Volumes)의 잠정집계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13만여대였다.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합친 수치다. 내연기관차 판매가 전년에 견줘 15% 이상 줄어드는 동안 전기차 판매는 약 38% 증가했다. 새해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시장 3곳 모두 전기차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순수전기차 300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지난달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임기를 시작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향후 자동차 생산국 1위 자리를 노리는 중국도 기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 카 등 다른 미래차 과제보다 전기차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1위 테슬라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49만9550대를 판매해 코로나19 이전에 설정했던 목표(50만대)를 사실상 달성했다. 테슬라는 2018년 약 25만대, 2019년 37만대를 판매했다. 2년 만에 몸집을 두 배로 불린 것이다. 테슬라는 올해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은 더 낮춘다는 전략이다.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은 올해 두 배로 불어날 전망이다.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도 오는 7월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가격 정책도 공격적이다. 테슬라가 새해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모델Y의 가격은 33만9900위안(약 5700만원)에서 시작한다. 현지 업체의 동급 차종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기존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모두 위협 요인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 업계도 테슬라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테슬라가 주요 부품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2022년까지 100GWh 규모의 배터리 자체 생산 설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완성차 업계는 올해 ‘진짜 전기차’를 둘러싼 승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새해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차를 쏟아낼 예정이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업체들이 의존해온 내연기관차 플랫폼은 엔진과 구동축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전기차 구조와는 맞지 않는다. 성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이유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기세가 가장 눈에 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한 두 번째 전기차 ID.4를 선보인다. 첫 타자 ID.3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중이다. 때문에 올해 ID.4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폴크스바겐그룹이 2인자 자리를 굳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스엔이(SNE) 리서치 집계를 보면, 폴크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3분기 12.9%로 테슬라(17.5%)의 뒤를 쫓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일본 도요타는 올해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차량을 선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신차를 올해 1종 이상 출시한다. 이제까지 하이브리드에 치중해왔던 도요타도 지난해 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TNGA를 선보였다. 수개월 내에 유럽에서 첫 순수전기차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는 이번에 승기를 잡지 않으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며 “올해 신차 경쟁의 판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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