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살수 없다…과감한 투자로 위기 돌파"
SK이노베이션, 헝가리에 배터리 3공장 건설
총 2조6000억원 투입, 대형 프로젝트
日 파나소닉 잡고 글로벌 톱3 오를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제공.
같은날 SK이노베이션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적자규모와 투자규모가 거의 같았다.
배터리 업계는 깜짝 놀랐다. SK를 둘러싼 상황을 감안할 때 대규모 투자를 할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SK는 본업인 정유에서 작년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항공유 등의 수요는 회복되기 어렵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미국에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상황은 SK에 불리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내달 10일(현지시간) 최종 판결을 내린다. 최악의 경우 합의를 위해 수조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곳간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작년 3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3조5947억원이다. SK는 이날 총 투자금액의 50%에 해당하는 약 1조2700억원을 헝가리 자회사에 출자한다고 밝혔다.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총 2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영끌'을 한 셈이다. 사방이 불확실성으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SK는 과감한 투자결정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미래를 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오너의 리더십 없이는 이런 투자계획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1년에도 계열사 사장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한 바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여겨지던 SK이노베이션은 공격적인 투자로 선두권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중국 옌청 공장의 생산 규모를 현재의 두 배인 20GWh로 늘려 가동에 들어가고, 미국 조지아주에도 2023년 생산을 목표로 제2공장(11.7GWh)을 건설하고 있다.
헝가리 이반차에 들어설 SK 유럽 3공장의 생산 능력은 30GWh로 규모로, 기존 헝가리 코마롬에 있는 1·2공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 단일 공장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SK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 목표치를 2023년 85GWh, 2025년 125GWh 이상으로 제시했다. 종전 목표치였던 2025년 100GWh에서 더욱 상향한 것이다. 증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SK이노베이션은 3년 뒤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과 글로벌 3강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투자에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없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 몇년째 하향세가 뚜렷한 정유산업을 벗어나 세계적인 2차 전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배터리를 먼저 수주한 후에 공장을 짓는 ‘선(先)수주 후(後)증설’ 전략을 취해왔지만 이번 헝가리에는 선제적 투자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의 수주를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더욱 공격적인 수주로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한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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