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30조 쏟아붓는 ‘TSMC’…파운드리 설비투자 버거운 ‘삼성’
애플 등 우량고객 선점한 세계 1위 TSMC, 공격적 투자 예고
‘총수부재’ 삼성은 '신중모드'…"파운드리 분사해야" 분석도
500대기업 > 전자 | 2021-01-27 07:00:05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가 올해 설비투자에 30조원을 투입하며 ‘초격차’ 공세를 강화한다. 반면 애플과 같은 초우량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막대한 설비투자에 신중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고객 유치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에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업계 예상인 최대 2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로, 지난해 글로벌 5대 파운드리 업체 총 설비투자액(27조원)과 맞먹는다.
TSMC가 이 같은 공격적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애플, 퀄컴 등 안정적 수익처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5G 확대 등으로 주문이 몰리는 등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등 일부 자동차 생산 업체는 반도체 공급량이 줄면서 생산 라인을 축소하고 있다. TSMC은 이번 투자로 생산 능력을 대폭 늘려 수요를 잡을 심산이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도 2018년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 2030년까지 약 133조원을 투자해 TSMC를 넘어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중 설비투자액은 약 10년간 60조원으로 TSMC의 올해 1년 투자분의 2배 수준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위해 약 11조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이 역시 TSMC 투자 규모와는 격차가 있다.
TSMC는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에서 TSMC에 2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집계됐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년과 2018년 1위에 오르는 등 그간 인텔과 함께 2위 이내를 수성해온 삼성전자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가 55.6%를 차지, 16.4%의 삼성전자를 크게 앞서 있다.
TSMC가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과감한 투자 결단을 고심하고 있는 이유는 고객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 파운드리 업계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TSMC와 달리 초우량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과도한 투자가 추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 결단을 이끌어야 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마저 파기환송심 판결로 수감돼, 삼성전자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기술이나 가격 격차가 확연하게 벌어지지 않는 한 파트너 생산 업체를 잘 바꾸지 않는다”며 “TSMC가 우량 고객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설비에 돈을 쏟아 붓는다고 될 일이 아니고, 고객 확보가 전제돼야만 실질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위탁생산을 병행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반면 TSMC는 순수 위탁생산 사업만 진행한다. 때문에 우량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입장에서는 잠재적 경쟁사가 될 수 있는 삼성전자 보다는 TSMC에게 위탁생산을 맡기는 쪽이 기술 유출에 대한 부담이 적다. 실제로 주요 팹리스 기업인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은 다수 물량 생산을 TSMC에게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도 퀄컴,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일부 물량을 수주받긴 했지만 TSMC에게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러한 파운드리 업계 특성을 잘 아는 삼성전자도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고객 유치를 위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세이브포럼 등을 진행하고 있다.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자사 기술 로드맵과 장점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세이프 포럼에서는 삼성전자의 검증을 마친 설계 지원 솔루션을 제시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앞으로 파운드리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결국에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합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술유출 우려를 없앰으로서 팹리스 고객 유치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도 같은 이유로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로 분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를 잡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은 현 상황에서는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인다”며 “결국 중장기적으로 법인분리를 고려해야만 실질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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