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주변 아파트값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GTX 덕정역 생기는 양주 1월 한달 새 4.86% 껑충
창릉역 호재 고양 덕양도 '10억원' 아파트 등장
김포, 파주 찍고 소외됐던 경기 북부까지 '패닉바잉'
지난달 31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33% 올라 전주(0.31%)에 이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역시 0.46%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1월 전국 상승률 1위 '양주시'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양주시로 지난 한 달간 4.86% 상승했다. 이 기간 전국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많이 상승했고, 지난해 전체 상승률(4.19%)보다 큰 상승률이다.
양주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지난해 12월 17일 양주(덕정역)와 수원을 잇는 GTX-C노선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지정과 시설사업 기본계획(RFP)안이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게 계기였다.
양주는 서울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그동안 아파트 가격이 정체 중이었다. 옥정신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더해지며 미분양도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GTX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GTX-C노선이 개통되면 덕정∼삼성 구간의 이동시간이 현재 82분에서 27분으로 크게 줄어든다.
양주 미분양도 석 달 만에 1057건 → 47건
신축 아파트가 많은 옥정신도시를 중심으로 최고가 거래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옥정신도시 'e편한세상옥정에듀써밋' 전용면적 84㎡는 1월 6일 5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27일 4억 9700만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8300만원이 올랐다. 이 평형대에 호가 8억원 짜리 매물도 등장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1월 31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양주시 아파트 매매는 707건이었는데, 이 중 최고가(신고가) 거래 비율은 29.8%(211건)이었다. 하지만 1월 최고가 거래 비율은 37.2%(94건 / 235건)로 지난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미분양도 급감하는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057가구에 달했던 양주시 미분양 물량은 12월 들어 42가구까지 감소했다.
양주의 한 공인중개사는 "새해 들어 손님이 배로 늘어난 것 같다"며 "덕정역에 가까운 신축은 물론 더 저렴한 구축에 대한 문의도 많다"고 설명했다.
GTX '창릉역'에…일산 덕양구도 '10억 클럽'
양주시 다음으로는 경기 고양 덕양구(4.55%)와 일산서구(3.64%), 남양주시(3.08%), 고양 일산동구(2.97%) 등의 순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 모두 GTX 호재가 있는 지역이다.
고양 덕양구는 지난해 12월 29일 GTX-A노선 창릉역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광역교통개선대책이 나오면서 상승 폭이 커졌다. 일대 단지들은 '10억 클럽'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덕양구 도내동 '원흥동일스위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5일 1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8억 2000만원에 거래됐던 데서 2억8000만원 오른 가격에 손바뀜했다. 삼송동 삼송2차아이파크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해 11월 8억9750만원에서 지난달 10억원에 거래됐다. 덕양구의 지난달 실거래 건수는 397건인데, 이 중 51.1%(203건)가 최고가 거래였다.
양주까지 불붙은 '패닉바잉'
전문가들은 양주, 일산 등의 'GTX발' 집값 급등세를 두고 '패닉바잉(공황구매)'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경기 북부로 옮겨붙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지금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감이 20~40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처음 아파트 매수 열풍이 분 곳이 경기 김포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김포가 규제지역(조정지역)으로 묶이면서 이 움직임이 파주로 옮겨갔고, 파주를 휩쓴 매수세가 그동안 소외됐던 일산, 양주 등으로 번진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양주, 일산 덕양 등은 그동안 상승 랠리에서 벗어나 있던 곳인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보니 관심을 받고 있다"며 "어떻게든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경기 북부 지역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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