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2월 1일 대한상의 회장 추대...포스코 최정우 만나 '도시락 나눔' 봉사
- 정용진, 네이버 이해진 만나 유통 재편 구상...배추밭 등 종횡무진 유튜버 변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총수들이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발빠른 행보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재계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경영계 공백을 대신하면서 재계 뉴리더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총수들의 '3인 3색' 수평적 리더십 행보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 10월 14일 그룹 회장직에 오른 이후 대통령에서 노조위원장까지 두루 만나는 등 파격적 행보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회장 취임 후 첫 해외출장에 나섰다. 정 회장은 싱가포르를 찾아 리셴룽 총리, 찬춘싱 통상산업부 장관 등을 만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유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말 완공 목표로 싱가포르에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짓고 있는데, 이번 면담으로 모빌리티 혁신 사업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찬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무인항공기 등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의 전망과 기회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또한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서울 시내 한 식장에서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를 초청해 송년 모임을 주도했다. 4인 총수 모임에서는 주요 사업분야에 대한 의견 교환은 물론 최태원 회장이 2월 1일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될 예정이어서 관련 대화도 나눴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부에 대한 '사법 리스크'도 대화에 오르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4인 총수는 지난해 9월, 11월, 12월 등 총 세차례 회동을 하는 등 모임이 정례화됐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4인 총수 모임은 당분간 중단됐다.
정 회장은 지난 11월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2022년을 미래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아 미래차 보급에 속도를 내겠다"며 "2025년까지 전기차,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에 20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차 홍보모델'을 자임하는 문 대통령은 2019년 대통령 관용차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채택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넥쏘를 타고 출근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정부가 '그린 뉴딜'을 강조하며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은 문 대통령 만남 직후 이상수 현대차 지부장과 오찬을 하고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며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고 협력을 요청했다. 현대차그룹 회장이 노조 집행부를 만난 건 19년 만이다.
또한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1일에는 자신이 구단주인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상징적인 선수인 이동국의 은퇴 경기가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이동국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포옹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새해 들어 재계 총수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차기 회장 추대를 앞두고 사회적 책임과 외부 소통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실현을 위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9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함께 포항제철소 현장을 둘러본 후 '도시락 나눔' 봉사활동을 펼쳤다. 앞서 두 회장은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공유한 2019년 12월 회동에 이은 두번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 행보다. 이날 포스코의 봉사활동은 SK그룹이 최근 시작한 ‘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온택트 프로트)’와 성격이 비슷하다.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19 시대에 있어 ‘사회 안전망’ 구축을 강조하며 취약계층 지원에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 20일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은 문 대통령과 만나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획 등을 소개했다.
또한 최 회장은 지난해 연말에는 ‘쿡방(요리방송) 유튜버’로 변신해 직접 SK그룹 직원들에게 육개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한편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은 2월 1일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최태원 회장을 단독 추대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이날 서울상의 회장으로 추대되면 2월 23일 열리는 임시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최종 선출된다. 이어 관례에 따라 3월 중 재계 '맏형'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요즘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 26일 SK텔레콤이 운영하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했다. 정 부회장은 과거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유통 사업을 놀이와 결합해 새로운 유통 모델을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SK와이번스 인수에 따라 신세계의 삼성 라이온스 지분 14.5%는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에서 이제 정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라이벌이 됐다. 정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동갑내기 경복고 동창으로 사촌지간이다.
정 부회장은 이어 28일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전격 회동했다. 이마트에서는 강희석 대표가, 네이버에서는 한성숙 대표가 함께 동석했다. 이날 양사가 향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통 비즈니스 측면에서 포괄적인 논의를 했다. 만약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한 미래형 이마트, 스타필드 점포들이 탄생한다면 유통 경쟁력은 막강해질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17일에는 이마트의 공식 유튜브 채널 ‘이마트 live’에 등장했다. 정 부회장이 땅끝마을 해남을 방문해 직접 딴 배추로 전을 부치고, 배추 겉절이를 담그는 등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선보였다. 또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스벅TV’에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출연한 영상은 조회수가 폭발하고 관련 제품 매출은 급증했다.
이같은 총수들의 행보는 '수평적 리더십'이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회장님' 시대의 수직적 리더십으로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등장으로 격의 없이 소통하는 ‘친구 리더십’이 인정받는 사회적인 분위기 변화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창업자 시대의 총수는 범접하지 힘든 존재였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며 "기업문화가 경쟁력인 시대다. 기업의 비전과 경영철학 등을 전파하기 위해 총수가 솔선수범해 변한다는 건 CEO 및 중간관리자의 변화로 이어지고 직원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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