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9일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며 3,000선을 내줬다. 연초 '랠리'에 대한 과열 우려에, 최근 세계적인 주식투자 심리 위축으로 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결과다. 마침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 등이 촉발한 불안감도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인 이탈에 4거래일 연속 하락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92.84포인트(3.03%) 급락한 2,976.2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3,000선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7일 3,000선 고지에 처음 올라선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4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조정이 지속된 가운데 낙폭 역시 지난해 8월 20일(3.66%)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날도 외국인 매도세가 강했다. 연일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만 1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지난 4일간 팔아치운 규모만 약 5조7,000억원에 달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전기전자 등 대부분 업종에서 외국인 매물이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11월 이후 급격하게 유입된 헤지펀드 등 외국계 자금이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시장에서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 역시 2,50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유도했다.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는 1조7,000억을 풀어 주식을 사들였다. 이번주 급락장에서 개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시장에서 무려 10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는 자금력을 과시했다. 이날 코스닥 역시 개인이 2,100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기관 중심의 매도세가 확대되며 3.38% 급락 마감했다.
조정 빌미 산적... "추가 하락 열어둬야"
당분간 증시의 조정 가능성도 커지는 모양새다. 각국 증시의 단기 과열 피로감이 연일 악재로 작용하는데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부정적인 경기판단, 중국 인민은행의 긴축 우려 등이 조정의 빌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일본 닛케이225(-1.89%)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0.63%), 홍콩 항셍(-0.94%)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약세였다.
여기에 미국에서 벌어진 게임스톱발 공매도 전쟁의 여파도 증시 전반의 조정 촉매제가 되는 분위기다. 최근 공매도 전략 종목의 주가 급등으로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증시에서 대거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경기 판단에 이어 미 증시의 투기적 거래로 인해 변동성이 극심한 모습을 보이며 국내 투자심리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며 "현실과 앞서간 기대 간의 괴리를 좁히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하락세가 추세적 하향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부담감이 큰 상황인 만큼 재차 급등할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장기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이경민 연구원은 "3,000선 이탈로 불안심리에 따른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중장기 투자전략 측면에선 추가 매수 및 비중확대 기회가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중국 긴축 이슈가 계속될 가능성을 주의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보다는 오는 5월 전후로 해당 이슈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 3,000선 이하에서 투자자들은 점진적 매수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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