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하지만 이번 광풍은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아직 시장은 시끄러우며 소음은 정치권, 법정소송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개미들의 분노는 이번 붐을 일으킨 로빈후드로 쏠리고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수수료를 없애 개인 투자붐을 불러일으킨 스타트업입니다. 그래서 개인들을 '로빈후드' 투자자들이라고 부릅니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로빈후드가 돈을 버는 원천은 사실 월가입니다. 로빈후드는 2020년 1분기 기준 매출의 70% 이상을 고객들의 거래데이터를 월가에 팔아 얻고 있습니다. 즉 고객들이 낸 주문 정보를 소위 '하이프리퀀시 트레이더'(HFT)들에게 판매해 돈을 버는 겁니다.
HFT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월가의 하이에나 같은 존재입니다. 거래소 바로 옆 건물에 최첨단 서버와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을 설치해놓고 누구보다 빨리 주문을 내 이익을 냅니다. 만약 테슬라 주식에 대해 많은 매수 주문이 몰린다면 먼저 사들여 싸게 산 뒤 비싸게 파는 식입니다. 매도 주문이 많을 땐 먼저 공매도를 쳐서 이익을 냅니다.
이들은 매수 주문이 많을 지, 매도 주문이 많을 지를 로빈후드 등에서 사들인 매매 정보로부터 얻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낸 주문보다 더 빠른 주문을 내서 이익을 내는 겁니다. 그리고 그 중 아주 일부를 로빈후드 등에게 건네는 겁니다.
대표적 HFT가 헤지펀드 시타델입니다. 이번에 게임스톡 공매도로 파산위기에 처했던 또 다른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에게 지난 25일 20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댔던 곳이기도 합니다. 즉 월스트리트베츠의 개미들 입장에선 자신들의 매매 정보로 통해 돈을 벌고, 자신들의 적에게 군자금을 대는 그런 곳인 셈입니다.
벌써부터 로빈후드를 떠나 위불(webull) 등 다른 증권사로 옮기자는 운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불도 이날 게임스톱 등에 대한 거래 제한에 나섰습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인 로빈후드에겐 최대 악재일 수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최대 200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로빈후드는 장 마감 뒤 내일부터 제한적으로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정치인들까지 끼어든 마당이어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시끄러울 것은 분명합니다. 일부에선 이번에 뭉친 개미들이 월가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습니다. 비슷한 일이 계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미 SEC가 수없이 많은 개미들을 작전세력으로 규정해 규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이 폭락하자 월가 금융사들은 일제히 조정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할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JP모간의 유명 퀀트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최근 고객 메모에서“최근의 조정은 더 많은 물량을 싸게 사들일 수 있는 기회”라며“일부 투기적 매매 행태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밝혔습니다.
콜라노비치는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이 최근 반(反) 공매도 운동의 표적이 되면서 비이성적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이런 움직임이 거품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지수가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게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앞으로 수개월 내로 다른 자산에서 돈이 빠져나와 증시로 더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콜라노비치는 지난해 3월 증시가 저점을 찍었을 때 고객들에게 매수를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몸을 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이 높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질 때 무슨 사태가 벌어질 지 알 수 없다"며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주요 지수가 한 때 2%까지 오르다가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이 줄어 1% 미만에서 마감된 것도 그런 경계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임스톱 사태로 시장이 시끄러워지면서 경제 지표, 어닝에 대한 관심은 무뎌졌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매출 1114억 달러란 '블록버스터'급 분기 실적을 공개한 애플은 3.5%나 내렸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주가수익배율(PER)이 35배에 달할 정도로 높아진 상태여서 놀랄만한 실적도 주가를 더 끌어올리진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익이 감소한데다 올해 판매량 목표치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테슬라는 3.32% 하락했습니다. 또 실망스런 실적을 공개한 페이스북은 2.62% 떨어졌습니다.
경제 지표는 엇갈렸습니다.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4.0%에 그쳤습니다. 월가 예상치 4.3%보다 부진했습니다. 작년 2분기 31.4% 추락했던 미국 경제는 3분기 33.4%로 급반등했으나 4분기에는 반등세가 급격히 느려진 겁니다. 지난해 전체 성장률은 -3.5%로 집계됐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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