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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 대거 짐 쌌다…'임원=임시 직원' 증명 - 이데일리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올해 기업들의 연말 정기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임원들의 빨라진 ‘교체 속도’다.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을 임원으로 중용해 성과주의 기조를 안착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임원 재임 시기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샐러리맨의 별’로 불릴 정도였던 임원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새 먹거리 찾아 세대교체 ‘바람’

5일 재계 등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주 단행한 정기 인사에서 모두 133명을 임원으로 진급시켰다. 재작년(109명)·작년(103명) 대비 30%가량 늘어난 수치다. SK 측은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신규 성장분야를 강화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라며 “(전체 임원 승진자의) 약 3분의 2수준인 67%가량이 새 먹거리 분야에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LG그룹도 132명에게 임원 배지를 달아줬다. 이 가운데 82명은 40대로, 사실상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그룹의 경우 이번 인사에서는 96명이 새로 임원이 된 것을 포함해 178명이 승진했다. 지난해(86명)보다 2배 이상 승진 규모가 커졌다. 무엇보다 여성 및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승진 및 외부영입이 과감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도 이르면 내주부터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그룹처럼 미래사업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차원의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테크 등 전 세계적인 인사 트렌드에 발맞추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디지털·그린 전환으로 불리는 시대의 중심이 MZ세대((1981~2000년 출생)로 바뀌고 있다 보니, 젊은 세대의 임원들을 기용해 변화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술 혁신만큼이나 조직 문화도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혁신을 위해선 구성원들이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하고, 핵심 인력이 젊어져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50대 초반에 옷 벗어…불행한 ‘세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지’를 단 임원들이 수년도 안 돼 옷을 벗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23년 걸리며, 임원 평균 나이는 52세다. 실제로 대기업 임원 A씨는 지난 2019년 50대에 접어들며 임원이 됐는데, 3040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바람에 휘말려 이번에 후선 조직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A씨는 1년 후 퇴직절차를 밟아야 하는 처지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승진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이 떠나야 하니, 인사 폭이 크면 그만큼 퇴임자도 많아진다”고 했다.

이는 이미 예견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한국 CXO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대기업에서 퇴직한 임원 388명을 추적 분석한 결과 퇴직 당시 임원 나이는 55세 이하가 전체의 61.9%(240명)에 달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젊은 임원의 조기 발탁과 퇴진은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의 퇴직 시기도 직간접적으로 조금씩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같은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동기 교수는 “임원을 거쳐 퇴임하는 분들은 대학교 등에서 재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대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순환은) 미래의 새로운 일자리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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