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률은 통상 금융위가 의견을 제시하면 업계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원칙적으로 보험료는 시장 자율로 결정되지만,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업법 등에 따라 매년 금융당국과 업계가 인상률을 협의해왔다.
지난해 금융위는 200년 9월까지 판매한 ‘1세대’ 구 실손보험과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한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에 대해 보험사가 희망한 인상률의 80%와 60%만 각각 반영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주요 4개 손해보험사(삼성·현대·DB·KB) 기준으로 구실손보험의 보험료는 17.5∼19.6%가, 표준화실손보험은 11.9∼13.6%가 각각 올랐다. 출시된 지 5년이 경과하지 않은 ‘3세대’ 신 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은 동결됐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 동안 실손보험의 위험보험료는 연평균 13.4% 증가했고, 보험금 지급액은 연평균 16% 올라 보험사는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보험료는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하고 보험금 지급에 쓰이는 몫이다. 보험연구원은 이 상태가 지속할 경우 2031년 경에는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들어 올해 이상의 인상을 건의했으나, 당궁근 부정적인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실손보험 전체의 보험료 평균인상률은 10∼12% 수준이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보험료율이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보험일수록 합리성을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으로 보험료 인상률이 억제된다고 해도 갱신 주기가 도래한 가입자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인상폭을 경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손보험료는 보통 3~5년마다 갱신하는데, 이 때 3~5년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된다. 여기에 연평균 보험료 증가율과 연령 증가에 따른 요율 상승(1세당 평균 3%포인트)까지 고려하면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한꺼번에 50% 이상 오른 보험료 납부 고지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1세대 실손은 2017년 이후 매년 약 10% 또는 그 이상 올랐고 2018년에만 보험료가 동결됐다. 따라서 내년 인상률을 제외하고도 연령 인상분까지 반영하면 50% 넘게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특히 고령층은 연령 증가에 따른 인상분이 연간 5%포인트가 넘기 때문에 더욱 인상폭이 커진다.
또 2017년 4월 이후 가입한 3세대 실손보험은 올해까지 연령에 따른 인상분만 적용됐으나, 내년에는 처음으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보험업계가 2019년부터 적용한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를 건의했기 때문이다. 만약 안정화 할인이 종료되지 않더라도 출시 5년이 지나는 내년 4월부터는 보험료율 인상이 가능해진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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