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높이 규정 10년前…쇼핑객 사고 위험 有, 안전 장치 無
서구화되는 한국인 체형 맞춰 난간 높이고 구조물 강도 강화해야
지난 15일 30대 남성이 서울 여의도 복합쇼핑몰 IFC몰에서 추락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남성이 투신했다고 판단했지만, 유족들은 사고사라는 입장이다. 유족의 한 지인은 "그는 사고가 나기 몇 분 전까지도 몰 내부 개관 시설 관련 업무 담당자와 통화했고, 통화를 끊으며 난간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IFC몰은 층마다 낮은 난간이 있고 가운데가 뻥 뚫린 구조다. 전문가들은 쇼핑몰의 난간 설치 기준을 바꾸고 구조물의 강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8일 기자가 방문한 IFC몰은 지하 3개 층의 가운데가 뚫려 있고 층마다 난간이 설치돼 있었다. 식당부터 카페, 의류·신발·화장품 매장 등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다. 줄자로 직접 잰 난간 높이는 120cm였다. 키 169cm 기준 허리 위에 오는 높이다. 사람들은 커피를 든 채 난간에 기대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난간 구석에 작은 글씨로 ‘난간에 기대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도 비슷했다. 지하 1층부터 9층까지 가운데가 뚫렸고 난간 높이는 140cm였다. 에스컬레이터엔 그물 안전바가 설치돼 있었다. 롯데월드몰은 1층부터 5층까지 뚫려있고 높이는 130cm~140cm였다. 쇼핑하던 사람들은 난간에 기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해외에서도 이런 구조의 쇼핑몰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벌집 모양 건축물 베슬에서는 최근 1년간 3번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뉴욕과 허드슨강을 볼 수 있는 인기 관광 명소지만 사고가 발생하자 개발사는 베슬을 일시 폐쇄했다.
김종호 창민우구조컨설탄트 대표는 "싱가포르 등 해외 쇼핑몰은 대부분 이런 실내 구조를 선택했다"며 "걸어다니며 좌우 매장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가운데가 뚫린 대신 여러 방향으로 다리가 연결돼 쉽게 매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현행법이다. 주택건설기준 규정 18조는 ‘난간 높이는 120cm, 위험이 적은 장소는 90cm 이상 난간을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 평균 키는 점점 높아지는데 난간 설치에 대한 기준은 10여 년 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한국인 인체 치수 조사’에 따르면, 30~34세 남성의 평균 키는 1979년 166.1cm에서 2015년 173.7cm로 7.6cm 커졌다. 30~34세 여성의 평균 키는 1979년 153.7cm에서 2015년 160.2cm로 6.5cm 커졌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은 "2020년 인체 치수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한국인의 체형이 서구화돼 남녀 모두 키가 커지는 추세"라고 했다.
이런 쇼핑몰 구조는 화재에도 취약하다. 공 교수는 "가운데가 뚫린 실내 구조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길이 위로 번지는 속도가 일반 건물보다 빠르다"며 "순식간에 연기가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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