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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바로 '이 사업'...대체 왜? [홍키자의 빅테크] - 매일경제

[홍키자의 빅테크-46] 콘텐츠 회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NFT(대체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사업입니다. 올해는 바야흐로 NFT의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적재산권(IP·스토리)을 보유한 콘텐츠 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모두가 NFT와 접점을 맺고 있죠. 이들 기업이 본격적으로 NFT 사업을 확장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언컨대 이 시장을 눈여겨보는 사람과 눈여겨보지 않은 사람으로 올 한 해 끄트머리엔 나뉠 겁니다. 시장을 제대로 읽어낸 사람은 날카로운 시야를 확보하고, 자산이 늘 가능성이 큽니다.
흥행한 스토리에 가치가 더 매겨지는 NFT

tvN 드라마 `지리산`에서 주인공으로 분한 배우 전지현 스틸컷.
▲ tvN 드라마 '지리산'에서 주인공으로 분한 배우 전지현 스틸컷.
NFT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진품 보증서라고 보면 됩니다. 지난해 언론에서 내내 떠들어대서 이제는 좀 아는 사람들도 꽤 됩니다.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 단위를 뜻하는 토큰 형태로 디지털 예술품과 비디오 소유권, 게임 아이템 등의 진품 여부를 보증합니다. NFT가 적용된 토큰은 각각 고유한 값을 지닌 거죠. 따라서 안정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갖추게 됩니다. NFT가 적용돼 만들어진 이미지나 동영상, 음원 등 디지털 상품에 고유한 가치가 생기는 것입니다. 디지털 콘텐츠에 진품 인증 딱지를 붙인 뒤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현재 미술과 패션, 스포츠, 게임 등 분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죠.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일 글로벌 시장에서 142억뷰를 기록한 웹툰 IP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 대체불가토큰(NFT)을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나혼렙 NFT는 카카오의 NFT 유통 서비스 '클립 드롭스'를 통해 오는 12일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판매될 예정입니다. 메인작 NFT는 총 100개가 발행되며, 한 작품당 가상화폐 클레이(KLAY) 500 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죠. 글로벌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는 IP와 미래자산인 NFT의 만남에 벌써부터 시장의 기대가 큽니다.

반면 배우 전지현·주지훈이 출연한 tvN 드라마 '지리산'의 NFT 작품은 최저가로 낙찰되는 굴욕을 맛봤습니다. '지리산'의 주인공인 서이강(전지현 분)과 강현조(주지훈 분)를 픽셀(점) 아트로 표현한 NFT 작품이었는데요. 업비트 NFT에서 팔린 작품 중 가장 싼 가격인 1만원대에 거래됐죠.

디지털 재화를 NFT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잘 팔리는 흥행한 스토리입니다. 고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원천 스토리를 NFT로 만들었을 때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죠. 이때 원천 스토리 자체가 좋으면 2차, 3차 저작물은 모두 돈이 됩니다. 카카오엔터의 '나혼렙' 웹툰은 전 세계에 142억뷰 이상의 관심을 받았으니, 웹툰 최종화의 장면을 토대로 만드는 NFT도 비싼 값이 매겨질 가능성이 큰 것이죠. 나혼렙 최종화를 기반으로 한 NFT는 세상에 딱 100개뿐일 테니까요. 그런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지리산'의 NFT는 반대로 스토리 자체게 인기가 없었다는 지점에서 2차 저작물인 NFT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입니다.

콘텐츠·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접점을 키우는 NFT

카카오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NFT 발행.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 카카오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NFT 발행.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난해 말에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방탄소년단 NFT를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도 BTS가 전 세계에 팔리는 스토리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방탄소년단이라는 전 세계에서 히트치는 메가 IP를 기반으로 2차 저작물인 포토카드만 만들어도, 포토카드 하나에 값이 엄청나게 붙는데, 3차 저작물인 NFT에 방탄소년단의 영상이나 이미지를 담는다면 사겠다는 사람이 많겠죠.

그럼 NFT를 만들기 쉬운 기업은 어떤 성격의 기업일까요? 웹툰과 웹소설 IP나 유명한 아이돌이라는 IP를 보유한 회사겠죠. 전 세계 유저를 보유한 게임사들도 여기에 속합니다. 즉 팔리는 스토리를 가진 기업들은 모두 NFT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큰 겁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2021년에 전 세계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 확보를 위해 전쟁을 벌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 세계서 팔리는 스토리를 확보하는 것은 2차 저작물을 넘어 메타버스 시대의 콘텐츠나 NFT 전쟁을 주도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죠. 네이버는 전 세계 1위 웹소설 업체인 왓패드를 지난해 6600억원을 들여 인수했고요. 카카오도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6000억원, 모바일 영문 웹소설 콘텐츠 플랫폼 래디쉬도 5000억원에 사들였죠.

하이브나 YG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아티스트를 보유한 회사가 연이어 NFT 사업에 뛰어들거나 MOU를 맺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븐랜드와 팬덤에 기반한 해당 아티스트만의 세계를 한 번에 얻는 것이죠. IP사업의 일환인 겁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듭니다. "NFT 산다고 저작권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웹툰 '나혼렙'의 일부를 떼서 소유하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NFT를 사들이는 것이지?"라는 생각이요. NFT에 대한 믿음은 크립토(가상화폐) 커뮤니티의 강력한 정서적 동일성에 기반하죠. 크립토 커뮤니티에서 이게 재화 가치가 있다고 믿어졌고,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외부의 자금도 수혈된 것이고요. 이제는 투기수요까지 붙으면서 가격이 뛰는 형태입니다. 희소한 NFT일수록 나중에 더 비싸게 팔릴지 모른다는 믿음이 쌓이면서 자산으로 변모했죠.

'다 쓸데없는 말장난' 혹은 '투기세력이 만든 비정상적 상황'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단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실제로 우리가 쓰는 돈으로 곧바로 바꿀 수 있는 재화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죠. 비트코인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은 디지털 재화가 몇 천만원짜리로 거래되고 있지 않나요? 혁신 기술은 우리가 외면한다고 오지 않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해도 어느 새 우리 곁에 와있는 것이겠죠.

[홍성용 기자]

격주 토요일 연재되는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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