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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사상 처음으로 전세 앞질렀다 - 한국경제

임대차보호법 후폭풍

은평구 전세, 90%나 감소
반전세 비중 올들어 '최고'
서민 주거비용 갈수록 늘어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반전세 포함)가 전세 물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데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된 영향이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이달 전체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 비중은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9158건으로 전세 매물(8827건)보다 331건 많았다.

올 들어 7월 이전까지 전세 공급량은 월세의 1.5~2배 수준을 유지했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전인 7월 30일에도 전세와 월세는 각각 3만8873건, 2만3525건으로 전세가 월세보다 월등히 많았다. 아실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지나치게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면서 전세 매물이 대거 회수됐다”며 “남은 전세 물량도 빠르게 월세와 반전세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는 은평구의 전세가 7월 30일 1287건에서 이날 124건으로 90.4% 감소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이어 송파구가 4031건에서 434건으로 89.2% 감소했다. 이어 △양천구(-87.4%) △도봉구(-86.1%) △강서구(-85.2%) △광진구(-84.6%) 등의 순으로 전세 매물이 많이 사라졌다. 전세가 줄면 주거비용이 올라가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이 더 커진다.

기존 전세만큼 높은 보증금에 소정의 월세를 받는 반전세 계약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뤄진 이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계약 5254건 중 반전세 거래는 726건으로 13.8%를 차지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비중이다. 반전세 비중은 6월 9.8%에서 7월 10.4%, 8월 13.2%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반전세라도 찾는 세입자가 늘면서 반전세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감정원의 지난달 서울 아파트 반전세가격지수는 100.7로, 전월 대비 0.24%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다.

단지마다 전세매물 1~2건뿐…2.5억~3.5억 올라
강남권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이사철 앞두고 임차인들 줄서
학군, 교통 등 생활 인프라를 잘 갖춰 임차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권에서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이 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중 전세 매물이 전용 84㎡ 단 한 개다. 현재 전세 호가는 8억8000만원으로, 지난 18일 계약된 신고가 8억원보다 약 1주일 만에 8000만원 올랐다. 해당 주택형은 7월 30일 6억5000만원에 계약된 평형이다. 이 단지 전용 76㎡는 전세는 없고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 혹은 보증금 4억8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짜리 물건이 나와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도 전체 2678가구 중 전세 매물이 두 개다. 이 단지 전용 116㎡의 전세 호가는 13억~14억원이다. 직전 거래액(10억5000만원) 대비 호가가 단숨에 2억5000만~3억5000만원 뛰었다.

비강남권도 마찬가지다. 학군지 중 하나인 양천구 목동 2단지(1640가구)와 3단지(1588가구)는 전세가 아예 없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 3차’(927가구)의 하나 남은 전세 전용 84㎡ 호가는 9억원으로, 직전 계약금(6억5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올랐다.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이 편리해 신혼부부의 선호가 높은 구로구 신도림동 일대도 단지별로 전세 매물이 아예 없거나 한두 개인 경우가 대다수다. 신도림동 A공인 관계자는 “융자가 껴 있지 않은 전세 매물은 집주인이 호가를 1억~2억원씩 높여도 며칠 안에 바로 계약이 성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전세의 월세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석 이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서 전세 수요는 증가하는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기존 전세 연장이 늘고 있어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저금리 기조에 공급까지 부족해 임대차 시장에서 반전세 또는 월세 계약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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