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 앱 장터의 모든 앱과 디지털 콘텐츠 결제액에 인앱결제(IAP)를 강제하고 30%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내년 10월 부터 강행하기로 했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앱의 결제를 구글 결제 시스템을 통해 하면서 수수료를 내라는 것이다. 구글 앱마켓에 앱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발사들은 구글의 ‘갑질’이라며 반발하지만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어 사실상 수수료 대부분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9일 자사 개발자 블로그에서 “구글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 중 디지털 재화에 대한 인앱결제를 제공하는 앱은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플레이에 새로 등록되는 신규 앱은 내년 1월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1일부터 인앱결제 방식을 이용해야 한다. 당장 국내에서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멜론·왓챠 등 콘텐츠를 공급하는 서비스가 적용 대상이다. 인앱결제 외에 각 회사의 자체 결제 시스템이나 전자결제대행(PG)사를 경유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인앱결제는 게임 등을 이용하면서 앱 내에서 유료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 구글의 발표는 사실상 구글플레이에서 판매되는 모든 콘텐츠 구매금액의 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내라는 통보다.
앱을 포함한 콘텐츠 개발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개방성을 강조하며 고객을 끌어모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뒤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라는 것이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플레이 결제금액은 5조9,996억원 규모로 전체 시장의 63.4%를 차지했다. 구글플레이의 국내 앱마켓 시장 점유율은 71%에 달한다.
앱 사용 및 결제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진 구글의 수수료 인상에 대비할 현실적 대안은 없는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앱 개발사나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결국 수수료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대부분 전가하게 될 것”이라며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30% 수수료 산정기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가격을 올려줘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설명도 없이 구글 앱 통행세 일방통보...“싫으면 다른 곳 가라” 배짱
점유율 71% 달하는데...설득력 없는 선택권 논리 반복
“구글 눈밖에 나면 사업 못해” 업계 가격 인상 불가피
“고객 우습게 보는 행태” 콘텐츠 이용자들 부글부글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면서 ‘폭풍 성장’ 중인 국내 웹툰·음악·동영상 등 모바일 콘텐츠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최대 30%에 달하는 가격 인상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인앱결제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최대 32% 비싼 요금으로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웹툰 이용권 ‘쿠키’를 구매할 경우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100원에 1쿠키를 살 수 있는 반면 iOS 이용자는 120원에 구매해야 한다.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유통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캐시 가격도 20% 더 높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한 구독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동영상을 광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프리미엄·유튜브뮤직도 아이폰은 1만1,500원, 안드로이드는 8,690원(부가세 포함)에 이용해 가격 차이가 32%나 난다. OTT 서비스 웨이브는 아이폰 이용자에 47% 더 비싼 가격을 받고 있다.국내 온라인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이처럼 앱마켓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날 구글이 내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힌 수수료 30% 역시 그동안의 업계 관행을 볼 때 소비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소비자들은 20~30%가량의 가격 인상분을 그대로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구글은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서비스 품질 개선 등에 대한 구체적인 효과도 제시하지 않아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관련 업계 역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웹툰·웹소설이나 음악처럼 원작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고정비용이 존재하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수수료 부담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디바이스 유통 상황상 구글플레이를 배제한 콘텐츠 유통 사업은 불가능하다”며 “정책 변경에 따른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와 멜론 등 앱 사업자들 역시 구글 정책 변경을 기반으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콘텐츠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지면 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사업자 위주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며 “업계의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스타트업이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문성배 국민대 교수 역시 최근 관련 토론회에서 “구글·애플이 소비자 구매 정보를 다 가져가기 때문에 유사 앱이나 서비스를 출시해 잠재적 개발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할 수도 있다”며 “정보기술(IT)·콘텐츠 혁신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수료를 사업자들이 떠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발사에서 수수료 인상분을 감당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인건비 투입에 들어가는 자원을 줄이면서 결과적으로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희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미 인앱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게임 업체의 경우 인앱결제 수수료가 종업원 급여와 연구개발비를 합친 것보다 높은 업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윤혁 고려대 교수는 “수수료가 10억원가량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개발자 10명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콘텐츠 자체의 질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콘텐츠의 질 외에 고객관리나 사후관리 등 고객 서비스도 크게 열악해져 소비자들 후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구글플레이와 함께 모바일 기기에 선탑재되는 갤럭시스토어·원스토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어불성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하에서 구글플레이가 갖는 시장지배력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기준 국내 구글플레이 앱마켓의 점유율은 71%에 달한다. 2위인 원스토어는 18.4%, 3위인 애플 앱스토어는 10.6%로 1위에 비해 존재감 자체가 떨어진다. 구글플레이는 전 세계 190개국에 유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을 거치지 않으면 IT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카카오 등이 회장단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스타트업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달 “구글 인앱결제 강제의 위법 여부를 검토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 눈 밖에 나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며 “무형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지현·정혜진기자 ohjh@sedaily.com
구글 통행세 강행에...공정위·과기부 등도 “위법성 따져 보겠다”
시행령外 할 수 있는 대책 없어
실효성 있는 해법 나올지 의문
구글이 내년 10월로 인앱결제 의무화 시점을 못 박으면서 구글의 움직임을 주시해왔던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구글의 이번 결정은 국내 앱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위법성 검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에 대한)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 위법성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달 취임 1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앱마켓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을 겨냥해 “최근 논란이 된 앱마켓 수수료 인상 문제는 기본 경쟁 부족으로 생긴 것이며 해당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정위는 구글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에 심사보고서를 연내 발송하고 관련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공정위는 전날 입법 예고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 입점 업체에 독점력을 사용하는 이른바 ‘부당한 갑을 관계’를 제재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이번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1일부터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달 내에 실태조사를 끝내고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토종 앱스토어인 원스토어를 육성하는 방안을 비롯해 다각도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부당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 50조 제1항을 근거로 구글의 이번 정책 변경 사안을 살피고 있다. 이를 위해 접수 창구를 개설하고 불공정행위나 이용자 피해 사례를 파악해 실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2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까지 검토한 내용으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과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사전에 시행령 등을 통해 조정할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행령을 빼고는 사전 선택지가 부족하다 보니 국내 사업자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 방통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종=양철민·정혜진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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