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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주식보유, 안부처럼 물어야' 대주주 기준에 뿔난 개미, 기재부 버틸까? - 서울경제 - 서울경제신문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이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됩니다. 개인이 한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돼 고율의 양도세를 내야 하는 것이죠. 주식 보유액을 계산할 때는 본인뿐 아니라 조부모·손자 등 3대 직계 존비속의 보유분을 합산합니다. 가족의 주식 보유 상황을 안부처럼 물어야 한다고 해서 ‘효자 양성 정책’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이와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입법 예고를 마쳤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말까지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내년 4월부터 매도차익에 대해 최소 20%의 양도세를 물어야 합니다. 양도차익이 3억원 이상이면 25%의 양도세가 부과됩니다. 대주주가 아닌 일반인은 주식을 거래할 때 거래세만 낼 뿐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올 초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를 방어한 개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현재 16만명 이상의 국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 청원에 동의했습니다(30일 오후 3시 기준 ). 청원인은 “현행 대주주 양도세는 납세자 본인도 주식양도세의 대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며 “개인별 보유주식을 기준으로 해야 합당하다”고 했습니다. “한국경제 규모로 봐도 주식 3억원 보유로 대주주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고도 꼬집었죠.

25일 오전 세종시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앞에서 정의정(오른쪽 두번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 등 한투연 회원들이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사진제공=한투연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한투연은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하향하면 증시 불확실성이 커져 한 차례 패닉장이 올 것”이라며 “쏟아지는 매물로 인한 주가 하락 피해로부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투연은 대주주 요건 금액을 현행 10억원으로 2년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장 겸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주식 대주주 범위 확대의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병욱 의원실

반발이 커지자 여권에서도 법안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대주주 과세방식은 연말 특정 시점의 주식 보유금액을 기준으로 해 연말 국내 주식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할 것”이라며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직계존비속 보유분까지 합산하기 때문에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조세 제도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정부가 이미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입니다. 당시 정부는 상장사 대주주 기준을 기존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매년 낮추도록 했습니다. 기존 계획을 번복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어 기재부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3대 직계 존비속 보유분을 포함하기로 한 것은 증여 등으로 손쉽게 세금 부담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논리가 가능합니다. 부동산도 가족 간 증여로 세금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요.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했을 경우 양도세를 낼 여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기재부는 추석 연휴가 지나고 다음달 초 예정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여론을 가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재부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할 묘안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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