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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5억에 월세 140만원…생활 어찌할지" 세입자들 막막 - 한국경제

서울 아파트 단지 곳곳서 반전세·월세 거래 증가
전세대출 막히고 이자는 오르고 '막막'

집주인들 "4년 전세라면, 아예 높게 받거나 월세"
전문가들 "주거환경 악화…세금이라도 내려야"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전세 만기가 곧 다가와서 전셋집을 찾으려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중개사가 준전세나 월세를 권하더라구요. 전셋값을 올려서 대출이자를 더 내나 월세를 내는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데, 매달 나가는 돈이 그렇게 많아지면 생활을 어떻게 할지 걱정입니다."(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A씨)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 반전세(준월세·준전세)나 월세가 늘어나고 있다. 전셋값이 워낙 오르면서 감당할 수요자들은 줄었고, 집주인들은 세금 등을 이유로 월세를 선호해서다. 세입자들이 상승한 전셋값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됐다. 전세자금 대출은 막혔고 그나마도 금리가 오르면서 기존의 대출이자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이자부담에 월세, 생활비까지…. 세입자들은 늘어나는 부담에 한숨을 절로 나오는 상황이 됐다.

늘어난 반전세·월세 거래
전세의 월세화는 심화하는 양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11월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등록 건수는 5만1921건이다. 이 가운데 월세가 포함된 계약은 1만9710건으로 37.96%에 달했다. 상반기에는 이 비율이 35.39%였는데 상반기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월세화 현상은 비단 아파트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직방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주택 임대차 중 비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47.6%를 기록했다. 서울은 47.4%, 수도권은 44.8%로 아파트보다 비율이 높았다.

높아진 전셋값을 반전세로 돌리다보니 그만큼 월세도 상승하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3억3000만원, 월세 100만원의 전·월세 계약을 맺었다. 같은 동에 있는 고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도 지난달 13일 보증금 5억원, 월세 140만원의 실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전용 84㎡도 지난달 보증금 12억원, 월세 140만원 준전세 계약을, 9월에는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월세 450만원짜리 월세 계약이 맺어졌다. 대치동에 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지난달 보증금 13억1250만원에 월세 63만원짜리계약과 지난 9월에는 보증금 8억원에 월세 195만원의 준전세·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런 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세 물량을 시장에서 찾기가 어려워지면서다. 전월세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포함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물량은 빠르게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

강동구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세 물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실수요자들은 안정적인 전세를 원하는데 집주인들은 집을 한 번 내놓으면 4년 동안 가격조정이 어려우니 전세 대신 반전세, 월세 등을 더 선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세대출 막히고 이자는 오르고…전문가 "세금 인하해야"
금리가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점도 월세 거래가 늘어난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A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하루 만에 3.88∼5.08%에서 4.00∼5.20%로 양 끝이 0.12%포인트씩 높아졌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면서다.

강남구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셋값 증액분만큼 은행에서 추가로 대출받아 내는 이자나 현재 전셋값에 추가로 월세를 내는 금액이나 비슷한 수준"이라며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현재 이자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낀 임대차 계약 비중. 사진=한경DB

서울 아파트 월세 낀 임대차 계약 비중. 사진=한경DB

상황이 이러니 전셋집을 새로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나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해 전세 시장으로 나오는 임차인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강서구에 거주 중인 30대 B 씨는 “이번에는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한 번 버텼지만, 2년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지금부터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준전세·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반전세, 월세는 결국 무주택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주거환경이 악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거나 양도세를 내려 다주택자들이 가지고 있는 물량을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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