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 된 삼성家 상속세 11조…"한국기업만 당하는 고통"
기업 상속 3번만 하면 100%였던 지분 8%대로 쪼그라들어
과도한 세금 탓 외국 투기자본이 경영권 위협…편법 부추겨
"주식에 할증세율은 기업명줄 끊는 것…상속세제 개편 시급"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다음 날인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은 적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마스크를 낀 직원들이 고개를 숙인 채 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나 유럽도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실제 상속세율이 80%를 웃돌았다. 하지만 자신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게 인간의 자연심성이고 특히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 세율을 낮춰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경제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라 지금은 크게 낮췄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실제 상속세율은 30~45%에 그친다. 한국은 자녀가 가업을 상속할 경우 실제 세율이 60%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 경영권은 지분율이 50% 이상일 때 탄탄하다. 하지만 펀드 등의 발달로 33% 이상이면 그럭저럭 경영권 방어는 할 수 있다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마지노선은 20% 수준으로 여겨진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중소기업들은 상속으로 인한 경영권 상실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창업 CEO 등을 중심으로 상속세 때문에 승계를 하지 못하고 외국 투기자본에 경영권을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극단적으로는 어떤 기업을 상속받을 때 상속세를 모두 주식으로 물납한다고 가정하면 세 번 상속 후 100%였던 지분은 8.75%까지 낮아진다. 추 본부장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상속제도가 있지만 기본 세율이 높고 조건이 까다롭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엔 높은 상속세율에 대한 근거가 있었다. 전산시스템 미비로 개별적인 소득 파악이 어려워 소득세 부과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 파악률이 100%에 가깝게 높아진 현 상황에서는 이 같은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이미 생전에 소득세 등으로 과세한 재산에 대해 또다시 상속세로 과세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상속세 회피 노력이 점점 더 정밀해지고 고도화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업들이 상속세를 순순히 내기보다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 각종 편법을 쓴다는 것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상속세 회피 노력 때문에 오히려 세금이 덜 걷힐 수도 있다”며 “세금을 인하해서 기업활동을 독려하면 일자리와 세수를 모두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기업인들의 상속세 회피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2013년 세계적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의 높은 소득세와 상속세로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강진규/서민준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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