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무트·빈폴스포츠 등 줄줄이 철수
▽ 한때 7조원대 시장 2조원대로 추락
▽ 애슬레저 시장 확산 속 입지 좁아져
코오롱스포츠를 운영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현재 대기업 중 자체 아웃도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사진=코오롱스포츠 유튜브 캡쳐
#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유튜브 광고. 시냇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류준열은 공효진의 재킷과 레깅스 차림을 보고 "운동복이 아니네"라고 묻는다. 이에 공효진은 "우리 등산이잖아"라고 대답한다.이 같은 광고 속 대사는 등산복 브랜드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아웃도어 업계의 위기감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산린이(등산+어린이, 등산 입문자), 혼자 산행을 즐기는 '혼산족'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20~30대 등산객이 늘었지만 모두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올해까지도 하산하는 패션기업이 잇따르면서 코오롱인더(37,750 +1.21%)스트리FnC부문(코오롱스포츠)은 현재 대기업 중 자체 아웃도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럽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꼽히는 스위스 브랜드 ‘마무트’가 지난 8월 국내에서 영업을 종료했다. 마무트는 2005년 국내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후 호황기인 2013년 직진출로 전환해 국내사업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 등으로 철수에 나섰다.
정통 등산복 대신 레깅스, 라이프스타일 캐주얼 등을 입고 편하게 산을 오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구조조정이 일어났다. 올해까지도 사업을 접는 브랜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올해 6월에는 삼성물산(105,000 +0.48%) 패션부문이 '빈폴스포츠' 사업을 마치기로 결정했고, 올해 초 K2코리아가 '살레와'를 중단했다. LF(13,400 -0.74%)는 이미 지난해 15년간 운영하던 '라푸마'의 영업 중단을 결정한 상태다. 그 전에도 '살로몬'(신세계인터내셔날), '휠라아웃도어'(휠라코리아), '노스케이프'(패션그룹형지), '잭울프스킨'(LS네트웍스(2,150 0.00%)), '이젠벅'(네파) 등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아웃도어 시장은 한때 '등골 브레이커'란 유행어가 나올 만큼 고가 패딩 열풍을 일으켰지만 기세가 기운지 오래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16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15년부터 하락세를 나타냈다. 2018년에는 시장 규모가 2조5524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한층 축소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운동복과 평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 시장이 확대되면서 아웃도어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기존 국내 중장년층 수요에 맞춰 고가 패딩 등 의류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들은 한층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때 백화점 스포츠 매장에 주류였던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급속도로 입지가 축소됐다.
사업을 유지하는 브랜드들도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탈 아웃도어'를 지향하는 분위기다. 코오롱스포츠 역시 최근에는 '그곳이 어디든'이란 카피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웨어를 표방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역시 젊은층을 겨냥해 보다 캐주얼한 화이트라벨 라인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역시 젊은층을 겨냥해 보다 캐주얼한 화이트라벨 라인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인스타그램 캡쳐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쇼핑을 위해 백화점·가두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한층 줄어든 상황에서 고가 패딩 마케팅을 나서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큰 타격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운영하는 더네이쳐홀딩스 측은 "향후 아웃도어 시장은 캐주얼·스포츠·아웃도어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일상복과 스포츠복 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위주의 성장세를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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