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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주변 낙후동네 바라보며…어린이집 만들라 - 매일경제 - 매일경제

◆ 이건희 회장 (1942~2020) / 따뜻했던 이건희 회장 ◆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2년 7월 2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런던 올림픽을 참관하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 전 세계 정치·경제 리더들이 모이는 만큼 이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해 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확대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매경DB]
사진설명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2년 7월 2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런던 올림픽을 참관하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 전 세계 정치·경제 리더들이 모이는 만큼 이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해 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확대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매경DB]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냉철한 기업인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도 남달랐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탈하고 따뜻하면서도 때로는 엉뚱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울고 웃게 만들었다는 게 지인들 전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지시했던 일화다. 1987년 회장 취임 직후 외부 인사들과 호텔신라에서 오찬을 하던 이 회장은 창밖을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비서진에게 "저기다 어린이집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 호텔신라 뒤쪽에는 낙후된 집들이 밀집해 있었는데, 이 회장은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 제대로 근무하려면 아이들을 편안하게 맡겨야 할 텐데, 좋은 시설에 맡길 수는 없을 것 아닌가"라며 "그런 걸 우리가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 회장은 이후에도 "다섯 살, 여섯 살 어린이들을 맡는 데 (가구 등) 모서리가 각이 지면 안 된다" "아이들 하루 급식 칼로리가 얼마나 되느냐" 등 어린이집 건립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1990년 1월 `1호 어린이집` 개관 소식을 전해 듣고는 "진작에 하라니까 말이야"라며 크게 기뻐했다. 이 회장은 직원 사랑도 남달랐다. 그는 생전에 "삼성에서 30년을 일했으면 노후 걱정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임직원 처우를 직접 챙겼고, 비서진에게 "그분이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직접 찾아 안부를 물어보라"면서 회사를 떠난 참모들을 끝까지 챙겼다.

이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는 학창 시절 은사와 친구들이 겪은 사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고교 2·3학년 때 담임이었던 박붕배 서울교대 교수(2015년 별세)는 생전에 "친구들과 장난치고 도시락 반찬도 뺏어 먹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면서 "잘난 체, 부자 아들 티, 그런 걸 전혀 못 느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서울대 사대부고 동창으로 60년 지기인 홍사덕 전 국회 부의장(2020년 6월 별세)은 생전에 이 회장을 "엉뚱하고 싱거운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홍 전 부의장은 "방과 후 자기 집에 놀러가자며 앞장서 가던 그가 배고프다며 군용 천막 안에 있는 즉석 도넛 가게로 끌고 간 적이 있다"며 "시골 촌놈인 내 눈에도 비위생적인 곳이지만 털썩 주저앉아 잘도 먹어 치우는 그의 모습을 보고 `녀석, 가정 형편이 우리 집 수준밖에 안 되는 모양`이라고 단정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홍 전 부의장은 "시시하게는 어느 콧대 높은 여학생과 데이트하는 것을 놓고 걸었던 내기에서부터 크게는 사업 구상에 이르기까지 그가 입 밖에 낸 말을 주워담거나 바꾸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유의 `마니아적 취향`으로도 유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다. 특히 스포츠카에 무한 사랑을 보냈다. 페라리F430스파이더, 포르쉐911터보카브리올레 등이 대표적인 애마였다. 2014년 초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사장단 신년 만찬에 차 가격만 10억원을 넘는 최고급 세단 `마이바흐`를 타고 등장해 차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회장은 반려견 마니아이기도 했다. 유학 생활을 마친 뒤에는 직접 전남 진도까지 내려가 진돗개를 사들여 애지중지 키웠고, `진돗개애호협회`까지 만들어 직접 회장을 맡았다. 카메라에 대한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예술 후원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남다른 심미안으로 국보급 고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폭넓은 작품들을 수집하고 예술가를 지원했다. 2004년에는 선친인 이병철 회장의 성 `이(Lee)`와 미술관(Museum)을 의미하는 `움(um)`을 조합한 삼성미술관 리움의 문을 열어 한국 미술 1번지로 키웠다.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과의 특별한 인연도 눈길을 끈다. 백남준은 1987년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의 주선으로 이 회장을 만났는데, 이후 그간 사용하던 일본산 소니 TV 대신 삼성전자 TV를 후원받아 쓰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제작한 그의 대표작 `다다익선`은 삼성전자가 후원한 1003대의 TV로 만들어졌다.

고인은 때로는 기발한 언행으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삼성 회장 재임 시절 한 임원을 불러 "사장들 가운데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은 뒤 명단을 적어 오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인 일화다. 그는 당황한 임원이 "혼내실 것이냐"고 묻자 "개를 한 마리씩 사주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지현 기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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