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이후에 부산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영화나 다른 동영상 콘텐츠를 더 많이 보게 됐는데요. 집에서 운동할 때도 요가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따라 합니다.
그러자 10년쯤 된 50인치 TV가 답답했습니다. 대형할인점에서 65인치 TV를 120만 원에 샀습니다. 값이 부담스러웠지만 1년에 한두 번 가던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 저축한 돈이 있었습니다.
이런 소비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마트는 올해 7월에서 9월 사이 TV 매출이 지난해 대비 38.4%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50인치 이상 대형 TV 판매도 38.6% 늘었습니다.
■ 한국은행 “국외소비 대폭 줄어…가전 지출은 늘어”
지난달 한국은행 조사국의 최근 소비 동향 점검 및 향후 리스크 요인> 보고서도 이런 현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민간소비 중 국외소비 비중이 높습니다. 지난해 기준 3.9%를 해외에서 썼는데요. 그만큼 직구도 많이 하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녔다는 뜻입니다. 일본은 2018년 기준으로 0.6%밖에 안 되고 미국은 1.5% 이탈리아는 2.1% 수준입니다.
특히 2분기에는 민간소비 감소 폭의 상당 부분이 국외소비 감소로 설명됩니다. 바꿔서 말하면 해외여행 등을 제외하면 국내 민간소비는 상당히 회복이 됐다는 뜻입니다.
물론 대면 서비스업에서 소비 감소는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디에 돈을 쓰고 있을까요? 자동차와 가전, 가구 소비는 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해외여행 안 해서 아낀 돈으로 가전제품 등을 사는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 역대급 실적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
그 결과 3분기 가전과 스마트폰 판매는 웃었습니다.
잠정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는 3분기에 66조 원의 매출을 올렸고 12조 3천억 원의 영업수익을 올렸습니다. 66조 원은 삼성전자의 분기별 역대 최고점을 돌파한 신기록입니다. 영업이익 역시 ‘반도체 슈퍼호황기’였던 2년 전 이후 최대입니다. 애초 시장의 전망은 10조 원대 초반이었는데 약 20%가량 더 벌어들인 것이죠.
LG전자 역시 3분기 기준으로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였습니다. 9천590억 원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2.7% 높아진 것이고 이번 실적발표 이전 시장의 전망치보다 10%가량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와 가전이, LG전자는 가전이 실적을 이끈 것으로 보입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보조금 지급과 경기 회복으로 스마트폰과 TV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면서 “마케팅을 자제하면서도 판매량이 늘어 이익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비대면 온라인 판매 환경이, 준비가 된 대기업들에는 오히려 이익률을 개선할 기회가 됐다는 뜻입니다.
다만 올해 말까지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더 나아질지는 의문이 듭니다. 3분기 반도체 실적은 우려보다는 양호했는데요. 이는 제재를 앞둔 중국 화웨이가 반도체를 미리 사재기하는 통에 매출이 ‘반짝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 ‘펜트업 현상’ ‘보복적 소비’ 대응 필요…경제 양극화 현상도 대처해야
특히 3분기 실적이 앞선 분기에 비해 개선됐다는 점에서 ‘펜트업(pent-up) 현상’으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에 억눌렸던 소비가 누르고 있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말로 ‘보복적 소비’라고 불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손님의 얼굴을 마주 보고 파는 자영업은 여전히 힘든데, 대기업 가운데는 좋은 실적을 내는 곳들도 있습니다. 취약계층이 더 어려운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노력이 중요해 보입니다.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도 지나친 양극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를 빠른 시기에 극복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오히려 높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위기 이후 본격적인 ‘보복적 소비’ 국면에 대비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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