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구분한 별도의 맞춤형 시장 내에서 전기 생산·판매업자에게 수소연료전지 전력 구매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타 재생에너지 발전과 경쟁 없이 수소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자는 수소 의무사용제 도입으로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오는 204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공급 8기가와트(GW) 달성과 함께, 향후 시장에서 20년간 25조원 이상의 신규투자가 창출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15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한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수소 발전 의무화 첫 단계로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 시장 도입을 의결했다.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시장 밖으로 나온다
HPS 도입의 가장 큰 의미는 수소연료전지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분리해 안정적인 보급 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 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RPS는 발전사와 전력 판매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신재생에너지를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현재는 수소연료전지 시장과 태양광·풍력·수력·지열 등 일반 재생에너지 시장이 RPS 내에서 마치 '한 지붕 두 가족' 처럼 묶여있다. 이처럼 기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설계된 RPS 제도를 통해 보급이 이뤄지면서 한계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외려 RPS를 기반으로 수소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했다는 점이 정부가 이번 제도 도입을 결정한 이유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는 상반기 약 500메가와트(MW) 규모가 설치되는 등 초기 시장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방침과 함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가 높게 형성된 점이 유효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RPS 제도 내에서 연료전지 수요가 늘어나 발전업계와 판매자인 한국전력의 비용부담도 늘어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며 "사업자를 대상으로 입찰을 통해 연료전지 구축 비용을 낮추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 판매·공공기관 수소활용 의무화도 검토
정부는 별도의 전력시장에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도록 내년까지 수소법을 개정하고 2022년 시행할 계획이다. 수소 에너지·인프라 보급상황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생산과 판매를 의무화하고, 공공기관에 수소활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 확대도 검토한다.
정부 관계자는 "HPS 제도 설계 과정에서 환경성·분산전원 등 수소연료전지의 장점을 구현하되, 비용은 최소화할 것"이라며 "연료전지 뿐 아니라 향후 그린수소 의무화 등 확장 가능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법 내 수소기본계획에 중장기 보급의무를 설정하고, 경매를 통해 친환경·분산형 연료전지 발전전력을 구매를 확대할 것"이라며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의 제도개편을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 분야는 보급 추이에 따라 연구용역을 거쳐 제도 보완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HPS에 따른 의무물량과 의무구매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의무물량은 수소경제위원회가 수소법 내 '수소경제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의무구매자(이행자)인데, 정부는 현재 RPS 의무사업자 또는 판매사업자인 한전 중에서 비용과 장기 계약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이다.
천연가스 개별요금제·수소도시 윤곽…수소 예산 35% 늘린다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는 HPS 도입 외에도 ▲추출수소 경쟁력 확보방안 ▲수소시범도시 기본계획 ▲수소도시법 제정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선, 수소산업의 자생력 확보를 지원키 위해 수소제조용 천연가스 도입비용을 절감하는 요금체계를 마련한다. 가스공사가 대규모 수소제조사업자에게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토록 하는 한편, 수소제조용 천연가스에 개별요금제를 적용해 천연가스를 별도로 수입한다.
또 수소시범(특화)도시 구축은 경기 안산·울산·전북 전주·완주 등 수소시범도시와 연구·개발(R&D) 특화도시인 강원 삼척 등 지역별 특색을 고려해 추진한다. 이를 위해 '수소도시 건설·운영에 관한 법률'도 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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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환경부·해양수산부 등 5개 정부부처의 수소 관련 예산은 올해 5천879억원에서 내년 7천977억원으로 35% 확대한다. 수소승용차·트럭 등 보조금을 증액·신설해 수소차 보급 확대를 다변화하고, 생산기지 등 인프라 조성과 수소산업진흥·유통·안전 등 수소 전 분야의 기반 구축도 지원한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 개최 전 도심 상용차용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Kohygen·코하이젠) 설립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했다. 코하이젠은 현대자동차·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총 사업비 3천300억원이 투입돼 내년 2월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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