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집 못팔고, 마포 전셋집 비워줘야…'임대차3법'이 야속한 홍남기 - 한겨레

다주택 정리 위해 판 의왕 아파트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매수인, 전입 막히고 주담대도 못받아
본인 거주하는 마포 아파트도 비워야
“전세 구하는 분 어려움 무겁게 받아들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주택자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 매도 계약을 체결한 본인 소유의 경기 의왕시 소재 아파트가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거래 불발 상황에 놓였다. 홍 부총리는 현재 전세로 사는 서울 마포구 아파트도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이 제도 변화로 인한 곤란한 상황을 직접 겪고 있다. 14일 경기도 의왕시 부동산중개업체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9억2천만원에 매도 계약을 체결한 홍 부총리 소유의 의왕 ㄴ아파트(전용면적 97.1㎡)는 잔금 납부가 2개월째 이뤄지지 않아 등기 이전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8월 매매 계약 체결 이후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뉴스를 접한 뒤 마음을 바꿔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며 “내년 1월에 전세 계약은 만료되는데 세입자가 계속 살겠다고 하고 있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홍 부총리의) 아파트는 시세보다 3천만원 정도 싸게 나와 계약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매수인 역시 전입을 할 수 없게 되고, 주택담보대출도 막힌 상황으로 알려졌다. 투기과열지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이내에 전입해야 하는데 매수자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의 6·17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의 하나로 의왕시를 신규 지정했다. 홍 부총리는 현재 전세로 사는 마포구 한 아파트(전용면적 84.86㎡)도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까지 비워줘야 한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혀 홍 부총리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한 홍 부총리는 고위공직자 다주택 논란이 일자 의왕시 아파트를 지난 7월 내놓았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에 “2005년부터 쭉 살아온 의왕시 아파트 하나에 2017년 말 세종에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하나가 당첨돼 1주택+1분양권자가 됐다”며 “공직자 다주택 해소 문제가 제기되며 국무위원의 한사람으로 송구했다. 분양권 매각을 기다리지 않고 의왕 아파트를 매각코자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규제 및 임차인 보호를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던 중 본인이 집주인은 물론 세입자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게 됐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셋값 상승요인 등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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