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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전기차 팔아 3천만원 남겨…테슬라 마술의 비결은 - 한겨레

3분기 매출액 14조원…58%↑
전기차 제조마진 74%나 늘어
전기차 팔수록 큰이익 입증

찻값 1대당 6% 싸졌는데
제조 원가는 12%나 감소
원가절감이 높은 이익 비결

“테슬라는 올해 100만대가량
생산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
테슬라 특유의 수직통합 한몫”

테슬라 미국 텍사스 공장
테슬라 미국 텍사스 공장
‘전기차는 팔수록 적자인 자동차’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휘발유·경유차 팔아서 번 돈을 전기차 사업에 대거 투자하며 적자를 감내하는 구조다. 각국 정부가 제조사 입장에선 돈 안 되는 제품인 친환경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미국 테슬라는 이런 업계의 상식을 깬다. 최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전기차 팔아도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역발상’을 입증하고 있다.
1억원짜리 전기차 팔면 3천만원 남겨
테슬라의 지난 3분기 자동차 사업 매출액은 약 14조원으로 지난해 3분기에 견줘 58%(약 5조원) 늘었다. 3분기 전기차 판매 대수가 24만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대 증가한 영향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전체 매출액에서 판매된 차량의 제조 원가를 뺀 마진(매출총이익)이 같은 기간 74%나 불어났다는 점이다. 이에 전기차 제조 마진율(매출총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도 지난해 3분기 27.7%에서 올해 3분기 역대 최고인 30.5%로 껑충 뛰어올랐다. 1억원짜리 전기차 1대를 팔아서 3천만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매출총이익률 30%대는 독일 고급 차 제조사인 베엠베(BMW), 벤츠 등을 넘어서 포르셰, 페라리 같은 최고의 럭셔리 차 회사만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벤츠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의 매출총이익률은 올해 2분기 기준 23%, ‘원가 절감의 달인’ 일본 도요타와 현대차는 각각 21%, 19%에 불과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테슬라의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이 하향 추세라는 점이다. 테슬라의 1대당 평균 가격은 지난해 3분기 61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5700만원으로 1년 새 6% 내렸다. 차값이 대당 1억원을 넘는 모델S와 모델X 판매 비중이 전체의 4% 정도로 쪼그라들고 상대적으로 저가인 모델3와 모델Y 판매량이 대폭 확대된 영향이다.
그런데도 회사의 마진이 개선된 것은 제조 원가가 차값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1대당 원가는 4600만원에서 4100만원으로 12%나 감소했다. 테슬라 쪽은 실적 보고서에서 “자동차 판매 가격 하락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용을 절감한 결과 회사의 수익성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원가 절감’이 높은 이익을 올린 마술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규모의 경제’ 효과에 원가 낮은 중국 공장도 도움
테슬라는 어떻게 ‘적자 제품’인 전기차를 팔아서 높은 마진을 남겼을까. 먼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산업처럼 설비 투자와 개발비 등 고정비 비중이 큰 업종은 매출이 늘면 이익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 물건을 많이 팔수록 대당 제조 원가가 감소하는 이른바 이익의 ‘지렛대(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다. 테슬라는 생산 차종도 모델S·X·3·Y 등 4종뿐이다. 판매량 증가에 따른 부품 단가 인하, 고정비 보전 등 생산비 절감 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반면 뒤늦게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내연기관차 제조사는 사정이 다르다. 전기차 판매량이 일정 규모에 이르기 전까진 막대한 투자비 감가상각 등 손실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의 수익성은 기본적으로 제조사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뼈대(플랫폼)를 통해 얼마나 많은 차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며 “테슬라는 올해 100만대가량을 생산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반면, 현대차는 2025년에야 100만대 생산이 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인건비·물류비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 확대도 테슬라의 마진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2019년 말부터 가동한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45만대로, 최근엔 유럽 수출 물량까지 담당할 만큼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 중국 상하이 공장
테슬라 중국 상하이 공장
테슬라 전기차 ‘단차’ 적어진 이유, 알고보니
전문가들이 짚는 높은 마진의 배경은 또 있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테슬라가 밑바닥 설계부터 부품 소재 개발, 생산, 서비스까지 직접 관여하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부품의 통합 정도를 높이고 중복 비용을 줄인 게 원가 절감에 기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 공정을 전자 제품처럼 단순화하고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 배터리 개발은 물론 충전, 자율주행, 보험 서비스 등까지 ‘우리가 다 한다’는 테슬라 특유의 수직 통합 구조가 원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품질 위험을 분산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외부 위탁 생산에 적극적인 기존 자동차 제조사와는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게 테슬라의 ‘기가 캐스팅(주조)’이다. 이는 무게가 1기가 파운드(400t) 이상인 ‘기가 프레스’ 기계를 이용해 자동차의 뒤쪽 하체를 커다란 알루미늄 합금 하나로 통째로 찍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금속판 70여 개를 용접해 하체를 이어붙였지만, 기가 캐스팅을 적용하면 공정을 단순화해 생산 단가를 약 40% 낮출 수 있다. 요즘 테슬라 전기차에 단차(철판 이음새가 어긋난 품질 불량)가 줄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적용 중인 이 공법을 앞으로 차량 앞쪽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임은영 연구위원은 “카메라 같은 전자 장비의 경우 부품사 입장에선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제어유닛(ECU, 미니컴퓨터)을 함께 붙여서 팔아야 하지만, 테슬라 전기차엔 데이터 처리를 비롯해 차량의 모든 기능을 통합 조정하는 자체 칩과 운영 체제가 이미 있다 보니 이미지 센서만 저렴하게 구매하는 게 가능하다”며 “똑같은 스마트폰을 만들어도 어떤 회사는 마진을 10%만 남기는 반면 소프트웨어 기술이 있는 애플은 30%를 남기는 것처럼 테슬라와 다른 완성차 업체의 마진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것”고 했다. 테슬라가 직접 배터리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외부 공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설계해 원가를 확 끌어내리겠다는 거다. 보급형 차종엔 저가 배터리(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확대 적용해 생산 단가를 낮추기로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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