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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두 달 동안 번 돈이…" 남대문 환전상 '눈물' [르포] - 한국경제

지난 29일 서울 명동 거리의 한 환전소가 문을 닫았다. 송영찬 기자

지난 29일 서울 명동 거리의 한 환전소가 문을 닫았다. 송영찬 기자

지난 29일 서울 남대문시장. 예년과 같았으면 중추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일 시기지만 시장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의류와 기념품 상점만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던 사설 환전소들의 수입은 사실상 ‘제로(0)’로 떨어졌다. 곳곳에는 폐업한 환전소도 눈에 띄었다.

시장 한 상가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박모씨(69)는 수입이 얼마나 줄었냐는 질문에 눈물부터 흘렸다. 아크릴판 뒤편 창구에는 점심에 먹은 컵라면 용기가 놓여있었다. 박 씨는 “아침에 컵라면 하나를 사들고 출근해 먹고 수세미를 만들어 가판에 내놓는 것이 일상의 전부”라고 말했다.

이 날 기자가 있는 한 시간여 동안 환전소를 찾은 손님은 한 명. 50달러를 원화로 환전해갔다. 박 씨는 “50달러면 내가 갖는 수수료는 100원 남짓”이라며 “가장 수입이 많은 7~8월 두 달 간 총 수입이 30만원이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끊기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던 사설 환전소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사설 환전소가 가장 밀집한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 일대의 환전소 30여 곳 중 올해 이미 5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환전소가 부업인 곳들은 다른 수익원이 있어 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환전소 운영이 수입의 전부이던 환전상들은 월세를 낼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공품을 만들어서 내다 팔거나 환전소 창구를 건강기능식품 판매대로 변경해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일부 환전소는 생계 유지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나섰다. 송영찬 기자

일부 환전소는 생계 유지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판매에 나섰다. 송영찬 기자

남대문시장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김모씨(32)는 “올 들어 주변 상점 중 3곳이나 문을 닫았다”며 “마땅한 방도도 없어 문은 열고 있지만 월세도 내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환전액은 지난 8월말 기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약 81% 급감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더 많은 사설 환전소의 타격은 이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사설 환전소가 가장 밀집한 명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환전소 운영 상인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어느 정도 줄었냐는 질문에 “수입이 준 게 아니라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환전소는 업종별로 차등 지급되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인터뷰에 응한 환전상들은 입을 모아 “2차 재난지원금 대상 선정이 공정한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설 환전소는 합법적으로 운영되지만 요식업계 등과 다르게 수가 적어 협회나 단체 구성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환전상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에 코로나 타격 소상공인 업종에 포함시켜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상당수의 사설 환전소가 폐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5년 내국인도 사설 환전소에서 환전할 수 있게 되며 환율 변동이 클 때마다 은행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사설 환전소로 몰리기도 했다”며 “최근 은행 간 환율 우대 경쟁과 함께 모바일 앱으로도 간편하게 환전할 수 있게돼 내국인 손님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끊겨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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