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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컨설턴트에서 '정용진의 남자'가 된 강희석의 '한 방'은 신선식품이었다 - 조선비즈

입력 2020.10.16 15:00

신선식품 혁신과 체질 개선… 코로나 위기 뚫고 선방
이마트에서 ‘좋은 경험’ 선사하고 쓱닷컴 재구매 유도

"고객 맞춤형 손질 서비스로 이마트의 신선식품을 강화합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쓱닷컴 대표. /조선DB
이마트와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SSG.COM) 대표가 된 강희석(51) 대표는 그간 이마트 점포 30%를 리뉴얼하고 신선식품을 강화하는 그로서리(grocery)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미래형 점포’로 리뉴얼한 이마트 월계점은 식품 매장을 1100평(3636㎡)에서 1200평(3966㎡)으로 늘렸고, 고객 맞춤 축수산물 손질 서비스인 ‘오더 메이드(order made)’를 시행하고 있다. 정육·수산 시장처럼 두께부터 비계 비율, 소금간까지 추가 비용을 받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대로 고기나 회를 손질해준다. 신선식품 서비스 강화로 월계점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매출이 증가했다.

월계점의 성장은 쓱닷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 점포를 기반으로 한 ‘쓱배송(당일 주간 배송)’이 늘면서다. 이마트 월계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6월 37.4%, 7월 28.6%, 8월 23.5% 증가했고, 쓱닷컴의 월계점 PP센터(Picking&Packing·도심 전용 물류센터) 매출도 전년 대비 6월 15%, 7월 10%, 8월 25% 늘었다. 동시에 쓱닷컴 주문 건수도 늘었다. 월계점 인근 지역에서 쓱닷컴 주문 건수는 6월 18%, 7월 12%, 8월 15% 증가했다.

쓱닷컴 관계자는 "월계점뿐만 아니라 강릉점, 춘천점, 순천점 등 리뉴얼하면서 신선식품을 강화한 지방 이마트 점포 인근에서도 쓱닷컴 주문 건수가 평균 15% 증가했다"고 말했다.

월계점의 사례는 강 대표의 미래 사업 전략을 보여준다.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에서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한 뒤, 같은 상품을 쓱닷컴에서 재구매하도록 유도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하고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전략은 눈으로 보고 사려는 고객이 많은 생선, 육류, 채소 등 신선식품에서 통했다.

강 대표는 신선식품 혁신 외에도 삐에로쇼핑 등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며 체질을 개선했다. 이마트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5조8060억원, 1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3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취임 당시 순혈주의가 강했던 이마트에서 유통 현장 경험이 부족한 외부 인사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선방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마트 월계점의 ‘오더 메이드’. /이마트 제공
강 대표는 이마트 월계점의 사례를 전국 매장과 쓱닷컴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이번 인사에서 쓱닷컴의 조직을 농축산물 담당인 그로서리본부, 신사업본부, 데이터인프라본부, 지원본부로 개편했다. 강 대표와 이마트 실적 개선을 이끈 곽정우 본부장도 그로서리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전무로 승진했다. 회사 내외부에서는 이마트의 신선식품 노하우가 쓱닷컴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거란 기대가 나온다. 쓱닷컴의 식품 비중은 작년 41%에서 올해 3분기 50.4%로 증가했다.

강 대표는 평소 고객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쇼핑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옴니 채널(온·오프라인 연계 판매)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018년 월마트가 신선식품과 디지털 전환으로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며 이마트에 컨설팅했다. 2014년 한 유통 포럼에서는 "고객에게 온·오프라인 구분은 더이상 의미 없다" "자유로운 쇼핑이 일반화되고 있다" "온라인이 발달해도 고객이 직접 만지고 입고 써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옴니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쓱닷컴은 올해 연말 개설을 목표로 오픈마켓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마트를 기반으로 한 신선식품 경쟁력을 한 축으로 두고, 다른 한 축은 위탁판매를 통해 상품 구색을 다양화해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수산식품부 서기관으로 근무한 강 대표는 베인앤드컴퍼니로 이직해 유통·소비재 파트너로 일했다. 2009년부터 신세계그룹의 미래 전략을 컨설팅했고 정 부회장에게 온라인 사업 보고서 등을 올리며 신뢰를 얻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경영 환경의 극복과 성과 창출 및 온라인 역량 강화,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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