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스1.
197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주택 가격이 치솟자, 이곳에선 납세자의 반란이 일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선 집값이 오르면, 그 가격의 3%를 재산세로 내야 했다.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 부담이 크게 늘다 보니, 은퇴자가 많은 이곳 주민의 세 부담도 급증했다. 납세자 반란은 주민의 직접 입법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세율을 1% 이내로 억제하고, 세율을 올리려면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얻게끔 했다. 이른바 ‘캘리포니아 주민발의(Proposition) 13’이다. 재정학자들은 최근 한국 상황도 이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계기다. 종부세는 고가 주택을 가진 부유층만 내는 세금으로 여겼지만, 집값 상승으로 납세자 저변이 중산층으로 확산 중이다. 주택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 부담이 커진 가구도 늘었다. 국세청이 지난 20일부터 종부세 고지를 시작하자,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선 ‘부동산세 폭등에 저항하자’는 내용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종부세가 조세 저항을 키우는 첫번째 이유는 너무 빠른 세 부담 증가 속도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고지 인원)는 74만40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25%(14만9000명) 증가했다. 중·소도시 인구만큼 종부세 납세자가 추가된 것이다. 고지 세액은 4조2687억원으로 27.5% 증가했다. 지난해 세액 증가율도 58.3%에 달했다. 주택 가격 급등과 세율 인상이 겹치면서 올해 세 부담은 현 정부 초기(2018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방도 안전지대가 되지 못했다. 올해 종부세 세액 증가율은 제주도가 91.4%로 가장 높았다. 세종도 56.7%, 경남 38.5%, 대구도 32.5%에 달했다. 서울(30.9%)·경기(19.9%) 등 수도권보다 더 가파르다.
최근 5년 간 종합부동산세 고지 인원·세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종부세는 1주택 실수요자도 봐주지 않는다. 올해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은 최저 0.5%에서 최고 2.7%로 지난해와 같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오르면 종부세도 덩달아 오른다. 현행 법령상 고가 주택 기준은 9억원이지만, 지난달 KB국민은행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전체 매매 가격의 중간값)은 9억2093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절반이 '고가 주택'인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높아지면, 종부세 대상자는 늘 수밖에 없다.
1세대 1주택 종부세 차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종부세는 팔아서 현금화하지 않은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타격이 크다. ‘집값이 올라 돈을 번 만큼, 세금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과 개인을 차별하는 과세 논리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기업은 공장부지·건물·유가증권 등 자산 가치가 올라 평가이익이 생겨도, 이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익금불산입)”며 “평가이익은 실현하지 않은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감안해 캘리포니아에선 재산세를 주택 매입 시점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매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집값이 평가액보다 낮아지면 시세를 반영해 평가액을 재조정한다. 또 재산세가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어가면 소득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도 있다.
개인 보유 주택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보완책이 없이 종부세 세율을 강화(내년 최고 6%)하면, 역설적으로 부유층이 좋은 입지를 독점하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금 낼 돈이 부족한 사람부터 좋은 입지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년 종부세 상승률의 상한선을 정하는 등 안정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조세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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